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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편지 11. 아까운 5원. 이병천 선생께 2005-09-30 17:55
작성자 : 鄭洋 



  황하.2 아까운 5원

  다리를 건넌 차들은 어딘지 모를 곳으로 뚫려 있는 넓은 길을 따라 황사 속으로 사라지고 우리 일행은 그 길 옆에 있는 삼림공원 매표소 앞에 모였습니다. 아니, 모인 게 아니라 내가 맨 마지막으로 온 것입니다. 다리를 건너오면서 너무 두리번거린 탓일 겁니다. 학생들 입장권을 내가 끊어주고 싶었는데 기회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학생들은 아까부터 나에게 돈 쓸 기회를 전혀 주지 않습니다. 마실 것, 간식거리, 버스비 등등 내가 다급하게 지갑을 꺼낼 때마다 나보다 한두 발 앞서서 그것들을 처리하곤 합니다.

  이 학교 학생들은 거의 다 산동성의 가난한 수재들입니다. 학생들은 모두 학교 안의 기숙사에서 삽니다. 며칠 전에 발 맛사지 업소에서 이곳 의대 3학년 학생의 맛사지를 받은 일이 있는데, (그 학생은 한사코 팁을 받지 않았습니다. 50원(한국돈 7500원) 내고 한 시간 반 동안 발 맛사지 받기가 너무 미안해서 다시는 안 가고 싶긴 한데, 다음에 혹시 누구와 어울려 가게 된다면 우리 똘밤똘밤한 피디님의 솜씨를 구사해서 나도 한사코 팁을 좀 줄 생각입니다.) 그들은 대부분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해서 연간 7만원쯤(한국돈) 된다는 기숙사비를 보탭니다. 중국에는 전력이 모자라서 산동성의 농촌들은 밤 열시가 지나면 전기가 나가고, 전기 나간 뒤에 잠을 아껴서 등잔불 켜고 공부한 소수의 학생들만 도시로 나갈 수 있다고 합니다. 공부 잘하는 것 말고는 농촌을 벗어나기가 아주 어렵답니다. 학생들이 쓴 글들을 보면(내 담당과목이 ‘작문’임) 순박하기가 마치 초등학교 학생들 같은데, 시골에서 고생하는 가족들의 얘기가 아주 많습니다.    
    
  삼림공원 입장료는 1인당 5원, 우리 학생들에게는 너무 비싸다 싶어서 그걸 내가 못 낸 게 자꾸만 아쉬운데, 뚝길을 따라 공원 안으로 들어갈수록 그 돈이 더 아깝습니다. 공원 안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도대체 돈 내면서까지 들어올 곳이 못됩니다. 사막화 방지용으로 심어놓은 듯한 아카시아나 백양나무들이 아무렇게나 자라고 있는 삼림지대, 용변하기가 너무 거시기한 공중변소, 삐걱거리는 낡은 탁구대와 더 낡은 당구대 몇 개, 간이음식점 몇 채, 비좁은 롤러스케이트장 안에는 귀에 익은 음악 속으로 사람들이 미끌어지고 넘어지고 끌어안고 부딪히곤 합니다. 귀에 익은 그 노래는 듣다보니 ‘바꿔 바꿔 모두다 다 바꿔’를 중국말로 부르는 것이더군요.  


  발걸음마다 푹석거리는 먼지, 사람들은 그 속에서 무슨 고기들을 구워 먹기도 하고 빈 공터의 먼지 속에서 농구나 배구를 하기도 합니다. 어린이 놀이터는 따로 울타리를 해 놓고 입장료 2 원을 또 받습니다. 그 안에는 어린이는 거의 없고 짝을 지은 약간 부티나보이는 남녀들이 많습니다. 그들 남녀들은 대부분 어린이용 그물 그네를 함께 타고 누가 보거나 말거나 서로 껴안은 채 언제까지나 흔들거리며 누워만 있습니다.  조랑말 예닐곱 마리가 서성거리고 있는 승마장 한 쪽에는 말똥이 두엄자리처럼 쌓여 있고, 그 조랑말 타고 공원을 한 바퀴 도는 데 10원, 황사먼지를 일으키며 그 조랑말 타는 사람을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는 이들도 많습니다. 모처럼 새로 갈아 입고 나선 내 바지가랭이는 그냥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걷기만 했을 뿐인데도 금방 황사투성이가 되었습니다.

   왜 이런 데로 사람들이 놀러 오느냐는 내 조심스런 물음에 곁에 있던 여학생이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합니다. 딱히 갈 만한 데가 없고 그리고 여기가 돈이 적게 들기 때문이랍니다. 내가 며칠 전에 갔던 제남 시내의 비좁지만 그러나 깨끗했던 공원들은 입장료가 15원씩이었던 것, 그리고 외지 관광객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던 것들이 얼핏 생각났습니다. 우리 학생들이 자꾸만 짠하게 여겨져서 나는 반쯤 입을 벌린 채 오래오래 시멘트 의자에 앉아 있었습니다. 아무리 오래 앉아 있어도 먼지도 잊어버리고 입을 벌린 채 아무리 생각해도 5원이 너무 아깝습니다.



-2005-09-30 17:55에 쓴글-

[2006-12-01 16:36:05 에 등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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