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하 3. 저 사람 혹시 또라이 아냐?
이곳 한국학과 교수들은 모두 이 학교 출신들인데, 이곳에 와서 내가 벚나무로 오해했던 나무, 줄기나 꽃잎이나 꽃 피는 시기가 벚나무와 비슷한, 그러나 어지러울 정도로 꽃냄새가 짙은 나무, 이 학교 안에 있는 길 양쪽에 지천으로 자라는 그 나무 이름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무슨 나무냐고 며칠을 두고 꼬장꼬장 묻는 나를 오히려 이상하게 여기는 것 같았습니다. 그냥 봄에 꽃 피는 나무 정도로 알고들 지냅니다. 내가 처음 보는 꽃들이 더러 있어서 저게 무슨 꽃이냐고 불어보아도 역시 마찬가집니다. 그거 그냥 봄에 피는 꽃이라고만 대답합니다.
흙빛과 물빛과 하늘빛과 지평선이 따로 구분되지 않는 황하, 황하에 와서야 나는 그들이 꽃이나 나무 이름을 구태여 알고 싶어 하지 않는 이유를 어렴풋이 깨닫습니다. 보나마나 지천으로 있는 것들, 아나마나 지천으로 있는 것들을 시망스럽게 따지려 드는 것이 아닌게 아니라 그들에게는 당연히 이상하게 여겨질 것 같았습니다. 지평선에 대해서도 내가 만일 그들에게 묻는다면 지평선에 대한 나의 관심 또한 그들은 이상하게 여길 게 틀림없습니다.
반쯤 입을 벌린 채 물빛과 흙빛과 지평선과 하늘빛을 구별하느라 하염없어하는 나를 보고 ‘저 사람 혹시 또라이 아니냐’ 고 시덥쟎게 흘깃거리며 황하는 나보다 더 하염없이 흘러갑니다. 축구나 바둑 같은 것을 누가 이기든, 선거를 누가 이기든 지든 그런 것들 일일이 마음 쓰고 사는 것도 시망스러운 노릇이라고, 푸른 하늘도 별빛도 자나깨나 보고 싶은 사람도 그리움도 일일이 따지지 않아도 다 그냥 제자리에 있는 거라고, 입장료 5원 같은 거나 아까워하면서 그냥쟝 한세상 살아가라고 황하는 그렇게 아득하게 흘러갑니다.
-2004-04-16 07:33에 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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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01 16:36:38 에 등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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