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洋의 홈



해지는 집의 새벽편지 6 신희교선생께 2004-03-17 16:38
작성자 : 鄭洋 




  신 선생님 보세요


  그 동안 8311로 몇 차레 메일 보냈는데 아무 반응이 없어서

  수신확인란을 보니까 모두 '읽지 않음'으로 되어 있군요.
  
  학교 이메일로 보내려고 우리과 선생님들 이메일 주소 적어둔

  쪽지를 찾아보았는데, 그게 아무리 찾아도 없습니다.

  챙겨두었던 다른 주소들도 잊어버린 게 많답니다.

  뭘 잘 잊어먹는 이놈의 버릇 때문에 참 여러 사람 애먹입니다.

  할 수 없이 구차한 사연을 이렇게 공개하는 점 양해 바랍니다.

  먼저 책(시집, 판소리...)보내주신 거 무지 감사드린 거였고,

  그 다음은 또 뭐였더라? 기억이 잘 안 니고, 아참, 생각났습니다.

  신은경 선생 책을 정우성(011-654-7229)한테 확인해달라는 거였고

  그 다음은 염치 없지만 내 연구실에 있는 <동심의 신화>도

  열 권만 더 보내달라는 사연이었습니다.

  신선생 책은 잘 찾아서 전달이 되었는지 그게 젤로 궁금하고

  그리고 혹시 우리 신희교 선생 어디 아프시진 않았나 걱정되고,

  그리고 학교 소식들이 이것저것 두루 궁금합니다.  

  우편요금이 장난이 아니어서 쪼깨 맘에 걸립니다마는

  그렇더라도 기왕 쓰신 김에 팍팍 써주시기 바랍니다.


  이곳 제남시는 시 주변에 나즈막한 산(해발 290미터)이 하나 있고 그리고 건축물들이 없다면 끝도 안 보일 허허벌판입니다. 배산이라는 작은 산 하나 끼고 있는 익산시와 조건이 비슷하죠. 물론 산도 배산보다 등치가 훨씬 크고 허허벌판은 비교가 안되게 가물거립니다.
  
  희한하게도 이 도시는'물의 도시'로 알려져 있습니다. 시 중심가에 뽀톨치엔(杓突泉,앞 글짜가 나무목변이 아니고 발족변인데 해당 한자가 없어서 표짜로 기워 넣었음)이라는 잘 꾸며진 공원이 하나 있는데 그게 '용솟음치는 샘물'이라는 뜻이랍니다. 공원 안에는 그 용솟음치는 샘물 말고도 수많은 샘물들이 있고 건축물들과 숲을 감돌며 요리조리 어디론가 그 맑은 물들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송나라 때 살았다는 이청조라는 여류시인의 문학관도 그 사이에 규모를 갖추어 정리되어 있습니다. 건물과 숲과 봄꽃들과 맑은 물과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참 잘 어울려 있는 공원입니다. 애당초 이 샘물들 곁에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이 도시가 형성되었다고 합니다.

  대명호라는 호수공원도 있는데 클 대짜만 붙어 있을 뿐 실제로는 그리 크지 않은 아름다운 호수입니다. 덕진호수보다 대여섯 배쯤은 넓어 보입니다. 내가 그곳에 갔을 때는 마침 공원 안의 목련꽃들이 시들고 있었는데, 지금쯤, 아니, 이달 말쯤이나 피게 될 삼례의 목련꽃들이 무척 보고 싶었습니다.
  
  제남시 남쪽에 자리잡고 있는 천불산은 산 중턱에 옛날 건축물들이 삥 둘러 있는데 모두 독립된 제각들입니다. 제각들 안에는 불상 비슷한 것들이 눈을 부릅뜨거나 지그시 감고 있습니다. 어떤 데는 그림만 모시기도 했습니다. 산 이름으로 보면 그게 다 부처님들 같은데 막상 가서 보면 그게 아닙니다. 옥황상제도 있고 순임금도 있고 무슨무슨 부처님도 있고 또 돈을 벌게 해준다는 재물신도 있습니다. 유불선 기타등등이 사이좋게 섞여 있습니다. 그 수효가 산 이름처럼 천 개인가는 확인해보지 않았습니다. 그럴 리는 없겠지요. 내 숙소(한림주점: 이곳에서는 호텔을 주점이라고 함) 에서 십여분 걸어가면 있는 산이어서 가끔 바람쏘이러 이 산에 다닐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그곳에서 하나에 일원씩 하는 빨간 띠를 사서 그 근쳐의 나무에 묶습니다. 그게 소원을 비는 일이랍니다. 산 입구에서부터 나무들마다 온통 그 빨간 띠로 감겨 있는데, 가만히 보면 그게 모든 나무에 감겨 있는 게 아니고 상수리 나무 비슷한 특정한 나무에만 그걸 감는 것 같습니다. 돈 벌게 해준다는 재물신 근처의 나무들 가지가 제일로 빨갛습니다. 나도 빨간 띠 하나를 사서 주머니에 챙겼습니다. 소원이 있기는 있지만 그렇게 함부로 걸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소원이라는 건 사람을 한참 불행하게 하는 게 아닐까요?
  
  다음 주에는 두만강 근처가 고향이라는 조선족 처녀의 안내를 받아 북경쪽으로 가보려고 합니다. 나들이 뒤에 또 소식 전할게요. 총총


[2006-12-01 16:32:35 에 등록된 글입니다.]



Copyright 1999-2021 Zeroboard / skin 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