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洋의 홈



새로쓴 시(2003.3.5)
작성자 : 鄭洋 


이른봄 1

  겨우내 노름판에다
  나락 열 섬 날려먹고
  속이 터지는 만석이는
  그 속 차리느라 고개 숙이고
  새벽마다 고샅길 개똥을 줍는다

  미나리꽝에서 건져낸 젖은 개똥에는
  막 돋아난 미나리싹도 묻어 있다

   이른봄 2

  노내깃날 콩 볶아먹고
  볶은 콩도 한 움큼 괴춤에 넣고
  고추밭에 똥 내러 간 상수네 아버지는
  비둘기 털 흩어진 고추밭머리
  똥 냄새 큼큼거리며 콩을 씹는다
  
  한 해 농사 시작되는
  그 똥 내를 큼큼거리며
  세번째 얻은 각씨도 며칠만에 달아난,
  허구헌 날 방구석에 자빠져서
  용개나 친다는 홀애비 용길이는

  일하기가 죽기보다 싫어서
  차라리 목매달러 산으로 간다
  죽기도 죽어라 싫어서
  다 삭은 새끼줄 골라
  두어 발 새려들고 산으로 간다

* 노내기: 사내기라고도 함. 표준말은 노래기. 지네처럼 발이 여러개 달린 적갈
           색 벌레.노린재와 비슷한 고약한 냄새를 풍김. 썩은 짚 속에 많이 살
           고 있음. 그 노내기가 콩 볶은 냄새를 싫어한다고 알려져 노내기가
           나오기 시작하는 음력 이월 초하룻날 농가에서는 콩을 볶아먹는 민속
           이 있었음.



   이른봄 3

  무르팍이 귀를 넘는
  순덕이네 할아버지는

  이름을 모른다고 한다
  나이도 모른다고 한다
  누가 말만 걸어도 무조건
  모른다고만 한다

  한나절 내내 햇살 곰실거리는
  마늘밭 울타리 아래
  겉옷만 걸친 채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치매 걸린 이를 잡는다  
  
  누렇게 찌든 난닝구
  구멍난 겨드랑이께를 돌돌 말아서
  두어 개 남은 어금니로 잘근잘근
  토독토도독 토도독토독
  이 죽는 소리를 깨물고 있다

  울타리 너머 마늘싹들이
  이 죽는 소리에 귀를 세운다  

[2006-12-01 15:57:33 에 등록된 글입니다.]



Copyright 1999-2021 Zeroboard / skin 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