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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아직도 독립기념일이 없습니다 (2003.8.16)
작성자 : 鄭洋 


광복절 유감

1 우리에게는 아직도 독립기념일이 없습니다.

  8·15, 일본이 무조건 항복을 선언한 날, 이차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연합군의 승전기념일, 이 날을 우리는 광복절이라고 합니다. 흔히들 광복과 해방을 같은 뜻으로 쓰기도 하지만, 이 날이 우리 민족의 해방이나 광복과는 거리가 먼 날이라는 사실을 흉탄에 쓰러지기 훨씬 전부터 백범선생은 깨닫고 있었을 것입니다.
    
  8월 6일, 히로시마에 원폭을 투하한 미국은 나흘 후인 8월 10일, 38선을 그어 조선의 임시적 분할점령을 소련에 제안하고 소련은 이를 가볍게 수락합니다. 한반도 분단과 한국전쟁의 단초를 제공한 삼팔선은 그러나 임시적 분할선이 아니었지요. 그것은 한반도 북부지역에서 일본군과 교전중인 소련군의 남진을 일단 막아둠으로써  2차세계대전 이후의 냉전구도에 대비하기 위한 미국의 면밀한 계획의 결과물이었습니다. 당시 만주를 거쳐 한반도 북부에서 일본군과 교전하던 소련군이 미국의 38선 분할점령 제안을 거부하고 계속 남하할 것에 대비해서 미국은 서둘러 부산에 미군을 진주시킬 계획까지 세워 트루만 대통령의 재가까지 받아둔 상태였습니다.

  청나라로부터 독립하기 위하여 독립당을 만들고 독립신문을 찍어내고 태극기를 만들었던 김옥균과 서재필과 박영효의 나라, 그 청나라로부터의 독립이 실현되기도 전에 갑오농민전쟁을 겪고 독립만세를 외치던 백성들이 죽고 독립군들이 이 나라에서 마적떼로 화적패로 몰려 토벌당하다가 맞이한 그 8·15는 그러나 독립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었습니다.

  나라를 분단시키는 단독정부를 세운다면 삼팔선을 베고 죽겠다던 백범선생이 빨갱이로 몰리고 암살당하고 한국전쟁을 겪고 삼팔선 대신 휴전선이 생기고 그리고 50년, 실로 반백년도 더 지나서 사람들은 우리에게 아직도 독립기념일이 없다는 것을, 대한민국이 독립국이 아니라는 것을, 독립은커녕 광복은커녕 일본으로부터 해방이 되기도 전에 우리나라는 미리 분할점령부터 당했다는 것을 8.15를 맞이할 때마다 형광등처럼 뒤늦게 그리고 침통하게 깨닫고 있습니다.  

  전시작전권도 없는 우리나라 대통령이 자주국방을 좀 해보자고 광복절 기념연설을 합니다. 주한미군철수를 가시화하는 위험천만한 발언이라고 수구정당들이 게거품인지 개거품인지를 짓씹으며 성토합니다. 그 자주국방이 부시의 무기를 사주어야 하는 궁여지책이 아니기를, 수백년 묵은 독립의 꿈을 이루기 위한 몸부림이기를 쓸쓸히 바랄 뿐입니다.

[2006-12-01 16:04:07 에 등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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