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洋의 홈



도둑을 보아도 짖지 않는 개는 (2002.11.6)
작성자 : 鄭洋 


도둑을 보아도 짖지 않는 개는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그들이 대통령 해먹던 시절에는 금서(禁書)도 참 많았다. 그 수많은 금서들이 몰래 복사되어 은밀히 떠돌던 시절, 공공연히 복사되어 공공연히 읽히던 시절, 그리고 금서로 지정되면 그 책이 날개돋친 듯 팔리어 출판사가 떼돈을 버는 일이 심심찮게 생기던 시절들이 차례로 우리 곁을 지나갔다.『김형욱회고록』 같은 게 떼돈 벌게 했던 대표적 금서였을 것이다.
  떼돈을 벌게 했는지 어쨌는지는  잘 모르지만  '80년대 후반, 정경모의 『찢겨진 산하』도 그 무렵 많이 읽힌 금서 중의 하나였다. 이승만과 박정희에게 암살당한 여운형·김구· 장준하가 저승에서 만나 그들이 살았던 시절을 회고하면서 그 무렵의 역사적 그늘을 밝히는 것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찢겨진 산하』에 관한 얘기를 새삼 꺼내는 것은 요즘 시청률 높다는 드라마의 주인공 김두한(이승만의 지시로 여운형 암살의 주요 임무를 수행한 것으로 그 책에 기록되어 있음)이 생각나서만은 아니다. 토지 국유화를 주장하던 김구를 테러리스트로, 빨갱이로 몰아세우던 동아일보와 김성수 때문만도 아니다. 신탁통치 문제로 국론이 비등하던 해방정국에서 김구의 순결한 반탁운동이 이승만의 음험한 반탁운동에 무참히 이용당하던 비극 때문만도 아니다. 요즘 들어 그 이승만의 자유당 독재나 박정희의 유신독재, 그리고 민정당의 오리발들을 연상하게 하는 여러가지 불길한 징후들이『찢겨진 산하』의 내용을  새삼스레 되새기게 하는 것이다.    
  일당독재시절을 연상하게 하는 조직폭력배 소재의 영화나 드라마에 관객이 몰리는 일, 박정희 기념관을 세우는 일, 선거자금과 관계된 이런저런 비리들, 이승만과 김구의 대립국면에서 동아일보가 김구를 몰아세웠듯이 '자전거일보'로 속칭되는 몇몇 언론들이 특정 대통령 후보를 표나게 감싸고 표나게 몰아세우는 일 등등··· , 그 일당독재 시절을 연상시키는 수많은 일들이, 민심을 짓밟고 오도하는 일들이 요즘 들어 예사로운 일인 듯 진행되고 있다. 그런 일들에 신경 쓰일 때마다 마치 뒤로만 가는 열차를 타고 있는 것 같은 낭패감을 나는 지울 수가 없다.  
  『찢겨진 산하』를 다시 생각나게 하는 그 수많은 일들 중에서 가장 불길한 징후처럼 느껴지는 것은 병역비리 의혹을 얼버무린  검찰의 태도다. 길을 막고 물어보아도, 도둑을  짖지 않는 개는 필경 주인을 물어죽이는 법이라고 백성들은 입을 모아 말할 것이다.
  살인 혐의의 조폭을 고문치사시킨 검찰이 이번에는 아직까지 한번도 그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주인을 문 책임을 뉘우친다며 사표를 냈다. 병역비리를 얼버무려 놓았으니 제 할 일은 다 했다는 것인가. 병역비리로 실추된 명예를 이 오리발로 회복해보겠다는 것인가. 좀도둑으로 위장하여 구속당하는 간교한 살인범을 보는 기분이다. 그들이 되돌아가고 싶은 과거가 과연 어느 시절쯤인지 궁금하다.

[2006-11-27 19:57:25 에 등록된 글입니다.]



Copyright 1999-2021 Zeroboard / skin 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