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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지 않는 거머리 (2002.11.25)
작성자 : 鄭洋 


떨어지지 않는 거머리

  김일성이 가짜라는 말인지 김일성교육이 가짜라는 말인지 헷갈리게 하던 가짜김일성교육은 그 뿌리가 깊다. 이승만 단독정부가 들어선 이후에 학교를 다녔던 이들뿐만 아니라 왜정 말기에 보통학교를 다녔던 이들도 그 가짜김일성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50년 넘도록 우리나라 반공교육의 단골 메뉴였던 그 가짜김일성교육은 김일성 북한 주석의 사망과 함께 씻은 듯이 사라졌다. 김일성은 죽어서야 진짜가 된 셈인데, 어처구니없는 그런 우민정책이 어쩌면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지속될 수 있었던가 하는 배반감은 여간해서 씻어지지 않는다.
  그런 식으로 반세기 동안 지속된 우리나라 반공교육은, 소련과 중국은 절대악이고 미국은 절대선이라는 흑백논리를 바탕삼아 짜여 있다. 소련과 중국이 절대악이 아니라고 알려진 지금도, 미국이 무슨 짓을 하든 그것을 탓하면 곧장 빨갱이로 몰리는 것이다. 남들 보기엔 무슨 애들 장난 같은 짓이겠지만 우리에게는 그게 장난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유력한 대통령 후보들도 미국이라면  꺼뻑 죽어야 유력한 입장을 유지할 수 있게끔 되어 있다. 무턱대고 미국에 굽신거리지는 않겠다는 엊그제 있었던 어느 대통령후보의 지극히 상식적인 말을 대다수 국민들이 파격적인 것으로 여길 만큼, 우리 역대 대통령들은 지금껏 무턱대고 미국에 굽신거려 온 것이 사실이다.
  미국에 굽신거려야 하는 그 흑백논리 때문에 미군주둔이 가능한 것이고 그에 따른 소파와 주둔군의 만행이 한반도에는 끊이지 않는다. 여중생 학살사건에 대하여 재판이라도 제대로 해달라고 연일 이어지는 시위 관련 사진은 사라진 가짜김일성교육을 떠올리게 한다. 가짜김일성교육이 꼬리를 내리듯이 주둔군의 만행이 사라지기 위해서는, SOFA나 주둔군만 탓할 게 아니라 그걸 가능하게 하는 흑백논리, 어떤 잘못을 저질러도 탓하면 안 되는 미국에 대한 한국인들의 노예근성이 먼저 사라져야 할 것 같다.    
  최근에 창간된 월간 『희망세상』11월호에는 작가 김성동이 병상의 리영희 교수를 인터뷰한 기사가 실려 있다. 리교수는 미국을 거머리에 비유한다. 손바닥으로 탁 치면 떨어지는 거머리가 아니라, 우리민족의 멱에 깊숙이 빨대를 꼽고 피가 다 마를 때까지 절대로 떨어지지 않을 거머리라는 것이다. 앞으로 이십 년쯤 후 미국에 대적할 지구상의 유일한 나라가 중국일 텐데, 그 중미전쟁이 한반도를 제물삼아 치뤄질 것이라는 예단도 곁들여 있다.
  한국이 대리전을 해주기 때문에 미국의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중미전쟁, 손 안 대고 코 푸는 그 최상의 시나리오를 위하여 주한미군이 한반도의 작전권을 꽉 쥐고 있을 거라는 게 리교수의 견해다. 우리로서는 그야말로 말만 들어도 섬뜩한 최악의 시나리오다.      
  우리를 장악하고 있는 흑백논리가 애들 장난이 아니듯, 리교수의 예측도 결코 장난 같지는 않다. 우리시대 사상의 길라잡이로 알려진 리 교수이긴 하지만, 그러나 그 견해가 제발 어긋나기를 바란다. 가짜김일성교육이 사라지듯, 이 나라에서 흑백논리도 주둔군도 함께 사라질 날을 기다린다.

[2006-11-27 20:02:50 에 등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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