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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하수구에 모인 철새들 (2002.12.10)
작성자 : 鄭洋 


역사의 하수구에 모인 철새들

  올 겨울 치르는 우리나라 대선은 총칼로 피 흘리며 얻는 그 어느 혁명보다도 우리 역사에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면서 미리 흥분하는 이들이 많다. 후보들마다 다투어 내세우는 부패 청산, 낡은 정치 청산, 경제 번영, 미국에 대한 국가적 자존심 확립 등등, 그야말로 말만 들어도 군침이 도는 메뉴들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흥분의 원인이 딱히 그 메뉴들 탓만은 아닌 것 같다.
  군침 도는 그 메뉴들 중 부패 청산이나 낡은 정치 청산만 두고 보더라도 그것들이 사실은 이미 부패되고 낡은 메뉴라는 것을 모를 유권자는 없다. 후보들 간에 서로 상대방을 부패 세력, 낡은 정치세력으로 몰아붙이는 것이, 마치 지나간 냉전시대에 남과 북이 서로를 괴뢰집단이라고 우기던 일을 연상하게 해서 흥분은커녕 군침이 제대로 돌기도 전에 미리 입맛을 버리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국가적 자존심도 경제번영도 그것들이 그렇게 쉽지 않다는 것을 모를 사람은 이미 없다.
  어떤 이들은 또 이번 대선을 냉전세력화냐  민주세력화냐에 관심을 모으며 기대를 갖기도 한다. 그러나 부패나 낡은 정치에 대해서처럼 어느 후보도 냉전세력임을 자처하는 후보는 없다. 어느 후보도 국가적 자존심을 지키지 않겠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후보자들의 그런 태도는 일단 유권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데, 판단 흐리게하는 것을 결정적으로 돕는 것이 지역감정이라는 악령이다. 지역감정은 똥파리도 씩씩한 새로 보이게 만든다. 우리나라 국회나 민선 자치단체장들 속에는 그런 지역감정의 하수구에 길든 똥파리들이 너무 많다.      
  후보들도 말로는 그 지역감정을 청산하자고 입을 모은다. 그러면서도 사실은 오로지 그것 하나 믿고 선거에 임하는 똥파리 같은 후보도 없지 않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많은 국민들이 흥분을 못 감추는 이유는 그 지역감정 해소에 대한 기대감을 못 감추기 때문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그 지역감정이 흐려져야 누가 부패세력인지, 누가 냉전세력인지가 선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죄 없는 철새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 지역감정의 하수구에 모여든 정치철새들 탓이다. 죄 없는 철새들을 기죽이는 요즘의 정치철새들을 보면 시조시인 조운(曺雲)의 절창 「구룡폭포」 생각이 난다. 금강산의 구룡폭포라는 아름답고 격정적인 폭포 앞에서 시인은 풀잎 끝에 한 방울 이슬로 맺혀 있다가 그 격정, 그 감격의 폭포 속으로 휩쓸리듯 뛰어들고 싶어한다.
  식민지시대에 쓰여진 이 시조에서 폭포는 혁명이나 조국해방과 같은 역사적 감격을 상징하고 있다. 그 역사적 감격 속에 티 없는 한 방울 이슬로 뛰어들어 섞이고자 하는 시인의 꿈은 실로 그 어느 폭포보다도 어느 혁명보다도 아름답다. 이슬로 맺히고 싶은 조운 시인의 이러한 꿈은 아무런 댓가도 바라지 않고 역사를 위하여 열과 성을 다하는 순결하고 아름다운 유권자들을, 그리고 지역감정의 하수구에서 먹이를 찾아 퍼덕거리는 음험한 정치철새들을 동시에 생각나게 하는 것이다.
  어쩌면 이번 선거는 그 지역감정의 하수구에 집단적으로 날아든 철새들을 한꺼번에 싹쓸이할 다시없는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12월 19일, 그날이 기다려진다.  

[2006-11-27 20:04:18 에 등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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