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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등공신들 (2002. 4.10)
작성자 : 鄭洋 


춘향가 중 변학도는 그 포악함과 호색한적 탐욕 때문에
  두고두고 사람들의 미움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알고보면
  그 변학도야말로 춘향을 열녀로 만든 일등공신입니다.
  암행어사 사위더러 월매는 변학도를 용서해주자고
  변학도 아니었더라면 내 딸이 어떻게 열녀가 됐겠느냐고
  응석부리듯 조르는 대목이 실제로 춘향가에 나오기도 합니다.
  만일에 변학도가 없었더라면 춘향은 일개 평범한 기녀의 후손으로
  이도령과의 로맨스를 화려한 추억쯤으로 곱씹으면서  
  월매가 걸었던 길을 당연하다는듯이 걷게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암행어사 출도 이후에 변학도는 창본에 따라 봉고파직이 되기도 하고
  곤장을 맞기도 하고 감옥살이를 하기도 하고
  더러는 용서를 받아서 남원골 사또노릇을 계속하기도 하지만
  그가 무슨 짓을 하든 사람들은 이미 그에게 별 관심이 없습니다.
  춘향을 열녀로 만드는 그의 역할이 끝나버렸기 때문입니다.
  
  조중동 이회창 이인제 김윤수특보 등도
  노무현열풍의 일등공신들 같습니다.
  격렬한 불길 속에 물을 뿌리면
  그 물이 순간적으로 기화하여 불길이 더 거세지는
  그 비슷한 현상을 우리는 요즘 실제로 겪고 있는 것입니다. 아니,
  물을 뿌리는 게 아니라 기름을 붓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그들이 아무리 떠들고 도배를 해도 노무현 열풍은 오히려
  점점 더 거세게 이 나라를 휩쓸고 있습니다.  

  본의 아니게 춘향을 열녀로 만든 변학도는
  역사의 뒤안길에서 사람들의 관심 밖에서
  제가 한 짓들을 뉘우치기는커녕, 억울하다고
  제 공을 몰라준다고 두고두고 투덜거릴 것입니다.

[2006-11-27 19:43:32 에 등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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