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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들의 어제와 오늘 (2002. 5.2)
작성자 : 鄭洋 


'87년 대선 때의 일이다. 대구나 부산의 김대중 후보 유세에서도, 김영삼 후보의 광주 유세에서도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른 청년들이 김대중이나 김영삼을 연호하면서 연단으로 돌멩이를 던지곤 했던 시절이었다. 김영삼 후보의 전주 유세장이던 전주역 광장에서도 어김없이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르고 김대중을 연호하며 유세를 방해하던 수십 명의 청년들이 있었다. 다행히 돌을 던지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김대중 연호에 호응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그 때 그 청년들 속에서 낯익은 얼굴들이 예닐곱이나 내 눈에 띄었는데, 그들은 바로 내가 재직하고 있는 학교의 학생회 간부들과 그 주변에 맴돌던 학생들이었다. 교내에서 무슨 데모가 있을 때마다 선동하는 체하다가 슬쩍 빠져나가곤 하던 학생들, 그들은 당시 민정당 소속의 청년당원들이라는 걸 나는 익히 알고 있었다.. 학생답지 않게 나이트클럽이나 호화판 술집에 뻔질나게 드나들던 그들...
  경상도 사람이 전라도 주유소에 가면 김대중 만세를 세번 불러야 기름을 넣어준다는 둥  경상도 식당에 가면 전라도 사람들은 밥 사먹기가 힘들다는 둥 하는 식의 음흉한 소식들이 사실인듯 횡행하던 무렵이었다. 내가 알기로 그 무렵 그런 소문들을 계획적으로 퍼뜨린 주역도 민정당원들이었다.
  대선을 몇 달 앞둔 요즘, 인터넷 매체에 오르내리는 독자의견란을 보노라면, 머리에 붉은 띠를 둘렀던 15년 전의 그 알바들이 생각나서 닭살이 돋는다. 각종 매체마다 단순 무식 과격한 알바들도 많지만 잔머리를 굴려가며 어떻게든 지역감정의 불씨를 지피려드는 도저히 용서받지 못할 알바들이 더 많아진 것 같다.
  내가 알고 있는 15년 전의 그 알바들은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선거 뒤에 그럴 듯한 일자리들을 하나씩 얻어서 오늘날도 그럴듯하게 지내고들 있고 그들 중 두어 명은 또 국민의 정부에 적극적으로 빌붙어 지내기도 한다.  
  우국적 양심적 지적 냉소적 개혁적 등등 각종 마스크를 번갈아 바꿔 스면서 어떻게든 지역감정을 부추기려는 요즘의 교활한 알바들에게는 그런 다행이 돌아갈 것 같지 않아서 맘이 놓인다. 15년 전의 알바들에게는 당시 많은 국민들이 속아넘어가기도 했지만, 그래서 민주화 세력의 분열이 고착화되고 노태우 정권이 들어서기도 했었지만, 민주화 세력들이 다시 하나로 모이려고 꿈틀거리는 요즘에는 그런 알바들의 꿈이 제대로 이루어질 것 같지가 않다.        

[2006-11-27 19:45:59 에 등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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