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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해지는 집에 (2002.8.28)
작성자 : 鄭洋 


모내기철에 떠났다가 벼 익어가는 무렵이 되어
  남의 집 들어서듯 해지는 집에 돌아왔습니다.
  장기결석 끝에 학교에 나온 중학생처럼, 학교고 지롤이고
  다 때리차뻐릴까 작심했던 중학생처럼
  해지는 집 구석구석이 자꾸만 서먹거리고 쭐몃거려집니다.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엇던 것도, 어디를 다녀온 것도 아니고
  그냥 쭘뼝이 좀 생겼던 것 같습니다. 빈집에 다녀가신 흔적들 때문에
  쭘뼝 도졌던 지난 여름이 새로 무덥습니다. 진땀이 나는군요.

  며칠 전, 비위짱 좋게 <아름다운 작가상>을 받았습니다.
  <아름다운 작가>,  참 야코 죽이는 이름입니다.
  우리나라 문단에서 가장 순결한 상이라고도 합니다.
  아름다운 작가들이 많은 세상에 하필이면
  아름답지 못한 사람 골라서 우세시키는가 싶기도 하고
  염치 없고 부끄럽고 그리고, 고마운 일입니다. 축하받을 때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는 개자식이
  새삼 부럽습니다.  

  기다리지 않아도 공들이지 않아도
  가을은 공으로 다가옵니다. 해지는 집에도
  가을햇살 같은 사연들이 익어가기를 공들여 기다립니다.    

[2006-11-27 19:50:25 에 등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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