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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탉이 울면 (2002.10.9)
작성자 : 鄭洋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말은 애당초 우리나라 속담이 아니었다.임진왜란을 일으켰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죽기 전 자기 문도들에게 남겼던 이 말이 그 후 일본에서 속담화되었고, 조선조 말 일본공사로 와 있던 이노우에 가로우가 민비(명성황후)를 제거하기 위해서 이 일본 속담을 우리나라에 유포시켰다고 한다.
  김동인의 대표적 친일 역사소설 <젊은 그들>에는 이 껄쩍찌근하고 음험한 속담이 여러 차례 동원된다. 동아일보에 소설이 연재되던 당시(1929년)에는 그에 대한 별다른 말썽이 없었던 모양인데 오늘날 돌이켜보면 작가 김동인은 간 큰 남자 시리즈에 넣어도 좋을 만한, 간덩이가 한참 부은 작가다.
  <젊은 그들>에 나오는 민비는 시아버지(대원군)을 몰아낸, 시아버지의 뺨을 때리는, 나라살림을 유흥비로 거덜내고 가렴주구로 민생을 도탄에 빠뜨린, 그리하여 마침내 나라를 통째로 말아먹은 왕비로서 온갖 비난과 야유와 원망의 표적이 되어 있다.
  민비만 아니었더라면, 그를 진즉에 없애버렸더라면 마침내 나라가 망하는 비극은 없었을 것이라면서, 여러 차례 민비를 시해해버릴 기회가 있었음에도 차마 단행하지 않았던 일들을 대원군을 비롯한 소설의 주인공들은 끝까지 한스럽게 여긴다. 이 소설의 문맥대로라면 그 후 일본이 고맙게도 민비를 시해함으로써,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는 <젊은 그들>의 묵은 원한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셈이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소설이다.
  일본은 청일전쟁에 승리했으면서도 러시아의 뒷심에 밀려 기껏 차지했던 요동반도를 반환한다. 민비는 그 러시아에 가까이함으로써 대륙진출을 위하여 한반도를 거점화하려는 일본의 야심을 가로막고 있었다. 일본은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음험한 속담을 퍼뜨리면서 그 눈에 가시 같은 민비를 없애려고 치밀한 공작을 진행시켰던 것이다.
  명성황후 시해사건, 을미왜변으로도 일컫는 그 사건은 wnwlgksms qk 그 후에 있었던 을사보호조약과 한일합방의 야만적 밑그림이다. 그것은 한반도를 식민지화하는 과정에서 일본이 저지른 천인공노할 원죄다. 명성황후 시해사건 이후 곳곳에 항일의병들이 일어나고 김홍집을 비롯한 당시의 친일내각 대신들이 길거리에서 백성들에게 개처럼 맞아죽었던 일들을 전혀 모르기라도 한 것처럼, 식민지의 작가 김동인과 동아일보는 명성황후가 시해당한 지 불과 35 년 후에 일본의 그 야만적 원죄를 희석시키는 소설을 썼고 그것을 연재했다.
  써주니까 연재한 것인지 연재해준다나까 쓴 것인지 모를 일이지만 간덩이가 한참 부은 작가와 신문임에는 틀림이 없다. 동냥아치 보자기 싸움하듯 어떤 신문사는 또 김동인 문학상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기도 하다. 하긴 이 땅의 친일의 후손들이 끝까지  감싸주고 싶은 작가요 신문들일 것이다. 민족정론지임을 자처하는 신문사들의 벼라별 음험한 행적들이 새삼스럽다. 그 이름의 문학상을 타면서 염치없어하는 김동인의 후배작가들이 안타깝다.      

[2006-11-27 19:51:29 에 등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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