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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통17. 비 오는 날4
작성자 : 김경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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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초의 성장통>17. 비 오는 날4


  4.

  하여간 고것덜 군대서 얼매나 고생혔것소잉, 만나자마자 막걸리나 삼겹살에 소주로 목을 축임서 짜식들이 까는 이빨을 다 들어줬습죠. 155마일 철책 앞에 서봐야 인생을 안다, 공수훈련인가를 마치고 비행기서 낙하산 타고 땅에 떨어져봐야 인생의 비릿한 쾌감을 안다고 허지를 않나, 빗물에 끓인 라면을 먹어보지 않은 것들하고는 말도 섞지 말라고 허지를 않나, 짜식들은 위대헌 대한민국이 저 아니면 안 굴러갈 것 맹이로 목 가래톳을 세웠습죠. 고참들헌티 꼬깽이자루로 얻어맞다보먼 엉덩이살이 툭 터져 피가 흐르기도 허는디 그것보담도 엉덩이살에 피 엉겨붙은 빤쓰를 띠어낼 때가 더 서러웠담서 캬! 소주를 쭈욱 들이키는 모습은 멋지기까장 허드랑게요. 좌우간 고곳덜 한번 꼴리기 시작한 말빨은 야간 점호가 끝나야 비로소 일과가 시작된다는 줄빳따로부터 다시 꼴려서 자정을 넘기기 일쑤였습죠.

  그 다음 코스는 뚝너머였지요. 이 땅 워디나 뚝방 너머는 물이 있어 배를 탈 수 있는 곳인디 내가 말허는 ‘뚝너머’는 사람 배를 타는 곳입죠. 짜식덜이 따로따로 휴가를 나와서 연락허는 통에 본의아니게 쇤네는, 공부빨을 세워야 허는 쇤네는 보름이 멀다고 실핏줄맹키로 뒤엉킨 뚝너머 골목길을 쓸고 다녔습죠. 근디 돈이 딱 떨어졌을 때가 문제드만요. 술은 멕였는디 긍게 인자 직업여자허고 몸 풀일 만 남었는디 쇳가루 한 푼이 없었다 이 말요.

  허지만 쇤네가 누군갑쇼. 전국 깡패가 다 알어주고 인정허는, 쇤네가 한번 떳다허먼 날어가는 참새도 물똥을 찍찍 내갈긴다는 싸전다리 물안개 아닌갑쇼. 무작정 김 양 방으로 녀석들의 머리를 들이밀었습죠. 긴 밤이든 짧은 밤이든 뚝너머는 선불잉게 나는 김 양에게 꽃값부터 치러야 혔는디 돈이 있간디요. 허지만 제 품 속으는 앙증맞게 생긴 일제 소니 라디오가 있었당게요. 당시 F.M 라디오에서 영어공부허는 방송을 틀어줬는디 그 자랄맞을 영어공부 쪼매 헌다고, 쇤네도 영어고부럴 지대로 혀서 애국 쪼까 혀볼라고 돈 애껴서 산 작고도 빨간, 앙증맞은, 비싼 일제 쏘니 라디오였습죠. 그 라디오만 믿고 쇳가루 떨어졌어도 짜식들 휴가 나오면 김 양헌티 밀어넣었습죠.

  이렇게 김 양과 외상 거래를 튼 후, 쇤네는 외상값 갚는다고 거그를 더 자주 들락거렸고 암껏도 모르는 친구덜은 얼씨구나 좋다고 김 양 방을 다녀갔습죠. 외상인 줄도 모르고 꽃술을 빨아댔을 친구덜, 어쩔 수 없이 쇤네와 친구들은 구멍지기가 되었습죠. 구멍지기? 햐 이거 참 고상헌 말 아닌갑쇼? 국어사전에 꼭 실려야 헐 생생헌 말 아닌갑쇼? 이것이 다 야학을 댕긴 보람이당게요. 근디 김 양은, 돈이 없어서 외상 꽃값을 퍼질러대는 내 꼬락서니를 한 번도 응짜허지 않었구만요. 쇤네 혼자 찾은 밤이먼 공부는 잘 되냐, 밥은 잘 먹냐, 어디 아픈 디는 없냐, 꼭 지 서방헌티 허드끼 순 서울말로다가 쇤네를 챙기드랑게요. 그러고는 오널은 딴 손님 안 받것다고 짧은 밤 허는 돈만 내라고 험서, 나긋나긋헌 몸띵이 워디서 그런 심이 나오는지 쇤네를 들들볶아댐시롱, 속에서 불덩이가 타는지 애간장이 타는지 급격허게 목소리가 갈라짐시롱 밤얼 왼통 들쑤셔놨습죠.

  깔끔헌 듯 애틋헌 듯 외모로 남자들 시선을 확 끌어댕기는 모습 뒤에 감춰진 피의 요동질을 저주험서 함부로 떠덩구쳐졌을 김 양의 시간들……. 가난허게 태어난 것이 지 죄가 아니라는디끼 웬수녀르 가난이 죄라는디끼 지 몸띵이를 맘 놓고 찢어발기라는디끼 수컷을 만나면 지 목숨의 밑바닥까장 꼬랑창에 처박아버렸을 여자……. 가난헌 사람덜은 뭔 짓을 혀도 가난헐 수배끼 없도록 맹글어진, 이 더럽고 치사하고 아니꼽고 빌어먹을 세상에서 헐 짓이라곤- 가난헌 수컷의 욕정을 풀어주는디끼 몸을 열어줌서, 맘속에 감춘 색기를 아쌀허게 풀어댐서 괴성을 질러댐서 지 몸띵이를 죽도록 학대혔을 여자……. 요로코롬 살지 말자고 수백 수천 번 곱씹었을 다짐을 철저허게 배신험서 생판 첨보는 수컷헌티 몸띵이를 맽기자마자 작살 맞은 물고기맹이로 파들거렸을 여자……. 창녀가, 요따우 드런 세상에 진짜 창녀가 누구냐고 캐묻디끼 내 가슴팍에 자꼬 얼굴을 파묻던 여자…….

  그 밤이 따뜻헌 것인지 뜨건 것인지 당시에는 잘 몰랐구만요. 나헌티만 이런 것이 아닐 거라고만 생각했습죠. 그런디 뭣 땜시인지는 잘 몰라도 김 양이 워디로 꽁꽁 숨어버린 뒤로는 시간이 지내갈수록, 뚝너머에 핀 이런저런 꽃덜을 만나본 뒤로는 김 양이 참말로 참헌 여자였구나, 김 양을 만났던 시절이 참 좋았구나 이런 생각이 간절허게 들었습죠. 어떤 여자도 김 양맹이로 쇤네헌티 정성을 다허지 않더랑게요.

  여자덜이 모두 그렇지는 않지만, 정말로 참허고 고운디다가 신랑 귀한 줄 알고 사는 여자들이 대부분이지만, 그렇지 않은 여자도 왜 있지 않은가요잉. 겉으로는 얌전헌디끼 돈 같은 거 허고는 넘이다는디끼 험서도 돈에 홀라당 넘어가버리는 것덜이 쪼매 있지 않습니까요잉. 물론 남자덜이 남자새깽이덜이 이런 여자덜보다 더 드럽고 더 치사허고 더 시기 질투허는 쪼잖헌 족속임은 지나가는 똥개도 알 것입니다마는.

  좌우지간 대폿집 벽에 붙어 있는 야허디야헌 사진 속 여자덜맹이로 요렇게 나를 치어다봄서 돈 있어? 돈 가꼬 올텨? 돈 가꼬오먼 이로코롬 야시시허게 쥑여줄라는디! 이렇게 우멍 떠는 것덜 말혀서 뭣허것습니까마는. 공부도 많이 못 허고 돈도 없고 나이까장 먹어서 대폿집 벽에 붙은 광고판 여자들만 못 헐망정 그려도 김 양은, 순정은 안 팔아먹은 쇤네에겐 참말로 진짜 여자였다 이 말씀입죠.  <다음편에 계속>

    
  이병초 시인


  출처: http://www.jbpos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034



[2019-05-13 17:49:02 에 등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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