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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도서관21. 책'生의 이면' / 이승우
작성자 : 김경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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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도서관> 21. 책 '生의 이면' / 이승우


  울음을 멈추고 세상 속으로  
  

  이승우의 소설 『생의 이면』은 나에게 참으로 부담스러운 책이었다. 읽는 내내 울음을 삼켰다. 눈물이 뚝뚝 떨어지질 않고 속울음을 자아내게 했다. 등장인물 박부길(=곧 작가)의 어깨에 드리워진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내 전신에 스며들어 한참 동안 글의 행간에서 나를 서성이게 만들었다. 질곡 없는 인생이 어디 있으랴만 두 손을 모으게 했다.  

  누구에게든 생의 이면(裏面)이 자리한다. 겉으로 해맑아 보이는 사람도 그의 속내를 짚어가다 보면 상처투성이의 기억을 만나는 일이 흔하기 때문이다. 이 때 정말 안타까운 것은 자신의 아픔을 누구도 이해할 수 없을 거라며 미리 선을 그어놓고 말하거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다가설 수 없도록 빈틈을 보이지 않는 태도이다. 이럴 때 익명의 그는 이 세상에서 외톨이가 되기로 작정했거나, 아니면 사람들 속에 있으나 철저하게 베일에 싸인 듯하다. 소통의 부재 그것은 그의 삶 바깥으로부터 자신의 내부적 삶을 옥죄어오는 쇠사슬 같았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랭보의 “결함 없는 넋이 어디 있으랴”(『지옥에서 보낸 한철-굶주림 편』)라는 시 구절을 통해 위로받던 시절, 꿈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나는 세상을 향해 문을 딱 닫아버렸다. 한 방울의 물방울이라도 되어 역사의 강줄기 속에 동참하고 싶었던 내 그리움이 거짓 세상의 벽 앞에서 산산이 부서진 자리, 거기엔 유년기와 청년기에 겪었던 상처가 쓰라리게 꿈틀거리고 있지 않았던가.

  “나는 기억한다. 세상은 나를 힘들어했다. 내가 세상에 대해 그런 것처럼. 그것은 내가 세상 속으로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세상을 잘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 때문에 세상 속으로 들어가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상 속에 들어와야 한다고 세상은 내게 말했다. 세상 속으로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세상을 이해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세상은 자기 품으로 들어오지 않는 자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었고 나는 사전에 이해를 확보하지 않고는 들어갈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해한다는 것은 열쇠를 가지고 문을 따는 행위와 같다. 그것이 시작이다. 시작 없는 일의 진행은 있을 수 없다. 문을 열지 않고는 누구도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나의 그런 생각을 세상은 이해하지 못했고,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말하자면 그와 같은 입장의 차이가 불화의 원인을 제공한 셈이다.”(『생의 이면』, p.119)

  나는 평론의 안목도 소설 지망생도 아닌 보통 사람으로 소설의 구성요소나 형식 따위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생의 ‘이면’을 구원이라고도, 종교라고도 하는 등 여러 잣대들을 들이대는 것을 자주 보았다. 나는 그렇듯 거창한 얘기는 잘 모르겠다. 다만 박부길 씨가 어렸을 적 이유도 모르는 채 큰집에서 얹혀사는 내내 그 집에서조차 유폐된, 감나무 한 그루가 있는 뒤란의 ‘폐가(廢家)’에 모든 해답이 숨어 있는 것같이 느껴졌다. 고시공부를 하다가 폐인이 된 아버지, 그가 살고 있는 금기의 뒤란과 폐가- 한밤중 동성의 군인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쫓기다 숨어든 교회 쪽문의 안쪽과, 거기서 시작된 첫사랑. 개가한 어머니가 한 달에 한 번 당신의 새남편 몰래 생활비 조금과 볶은 돼지고기를 들여놓고 도망치듯 떠났던 어둡고 눅눅한 자취방. 첫사랑도 어긋나고 공안정국의 소용돌이도 견디지 못하고, 신학대학 기숙사를 쫓기듯 나와 한 몸 부릴 데 없었을 때 다시 찾게 된 폐가와 같던 그 자취방.그곳에서 박부길씨는 아니 작가 이승우는 뭐든 닥치는 대로 쓰고 읽으며 음산한 젊은 시절을 보냈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의 생의 이면(裏面)에는 폐가와 금기시 된 뒤란의 풍경과 교회 쪽문과 자취방이 아직도 쓰라리게 자리하리라.

  이런 쓰라린 상처와 결핍이 필시 그를 작가로 우뚝 서게 만들지 않았을까. 꽁보리밥이 싫어, 반찬 없는 밥이 싫어 사카린 물에 밥을 말아먹다가 그만 삭아버린 밥 때문에 엉엉 울고 말았던 내 유년의 기억이 지금의 나를 키워냈듯이. 그러나 아직도 그 시절의 내 비참했던 속내를 아무도 이해할 수 없으리라. 설령 그럴지라도 괜찮다. 나는 이미 사람들과 그리고 세상과 소통을 시작하였다. 외톨이도 아니고 더구나 세상을 버릴 만큼 세월이 짱짱? 하지도 않으며 잘나지는 못했을망정 내 색깔조차 분간 못하는 얼치기는 아니므로.

  오늘 아침은 안개가 짙다. 앞에 있는 것들이 부옇게 흐려 정체가 분명하지 않다. 맑게 갠 날이라고 앞이 잘 보였으랴만, 안개등을 켠다고 앞이 훤하게 트이랴만, 나는 조심조심 차를 몰고 도서관으로 향한다. / 이현옥(우석대 도서관 사서)


  출처: 전북포스트 http://www.jbpos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449


[2019-06-27 12:37:50 에 등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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