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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초 맑은시비평7. 문태준-빈집2
작성자 : 김경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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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초의 '맑은 시비평'>7. 빈집2-문태준

    
  

  다섯 개 문장과 두 연으로 짜인 짧은 시. 제목은 '빈집' 이지만 이 시는 독자가 마음 속에 품고 사는 고향집을 떠올리게 하는 놀라운 현상을 보여준다. 화자가 빈집에 들어서서 들려주는 목소리는 소박하고 차분하다. 가까운 친구에게 속내를 보여주듯 “옹이 같은 사랑은 날 좋은 대패로 밀고” 문지방에 백반을 놓는 화자의 행위는 실향민이 다 되어버린 도시인의 마음을 흔든다.



지붕 위로 기어오르는 넝쿨을 심고 녹이 슨 호미는 닦아서 걸어두겠습니다 육십 촉 알전구일랑 바꾸어 끼우고 부질없을망정 불을 기다리렵니다 흙손으로 무너진 곳 때워보겠습니다 고리 빠진 문도 고쳐보겠습니다



  옹이 같은 사랑은 날 좋은 대패로 밀고 문지방에 백반을 놓아 뱀 넘나들지 않게 또 깨끗한 달력 그 방 가득 걸어도 좋겠습니다

                                               -문태준,「빈집 2」, 전문.





    
문태준 시인

지붕, 넝쿨식물, 녹슨 호미, 알전구, 흙손, 고리 빠진 문이 환기하는 것은 과거의 풍경이 아니다.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도 아니다. 이 단어들은 자본과 문명에서 못 벗어나는 우리에게 현재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짚어보도록 새 길을 터줌과 같다. 걸어두겠고, 기다리겠고, 때워보겠다는 등의 동사(動詞)로 화자의 욕망을 보여주는 이 시는 농사일에 밀착된 정서적 풍요로움까지 선물한다.

  속도에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인간사, 개발 또는 산업이란 말에 휘말린 산천이 함부로 파헤쳐지는 오늘을 우리는 보고 산다. 옛 모습을 고이 드러내는 곳이 거의 없을 정도다. 사정이 이런 데도 화자는 인적이 끊긴 집에 정을 붙이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익혔을 노동의 토막을 짚고 문명의 이기가 판치는 세상과 거리를 둔다. 과거지향적인 시가 아니냐는 말을 곱게 되돌려주듯 “육십 촉 알전구일랑 바꾸어 끼우고 부질없을망정 불을 기다리”겠다는 화자의 다짐이 쓰라리게 정답다.  

  그가 기다리는 것은 전깃불만이 아닐 수도 있겠다. 논밭 옆이나 산과 산 사이로 기어 기어간 옛길. 가난했어도 서로를 존중할 줄 알았던 그 길에서 만났던 순정을, 빈집에 돌아올 사람처럼 기다릴 수도 있겠다. 사람이 사람에게 가장 큰 상처를 입고 사는 게 현실일지라도 거대자본과 문명의 이기에 맞설 수 있는 대안 중에는 순정을 간직한 사람다움이 큰몫을 차지할 것이므로.

/ 이병초 시인 (웅지세무대 교수)


출처: 전북포스트 http://www.jbpos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8886


[2019-11-24 20:36:03 에 등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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