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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초 맑은시비평10. 전홍준-열꽃
작성자 : 김경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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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초의 '맑은 시비평'> 10.열꽃 - 전홍준







열꽃


전홍준 시인. 당신의 시를 읽으면

살맛, 말맛이 납니다.

말하지 않고는 못 배길 절실함도 없이

그냥쟝 나열된 시의 엄숙성, 진지성, 심각성을

단번에 털어내버린 시의 어법은

메신저와 SNS로 박음질당하다 못해

거기에 유폐되다시피 한 시들이 매료될 법한

언어 미덕을 뿜어냅니다.

    



들었시요 저기 오는 성기아배 말이요 메칠 전이 병년네서 까나리액젓일 허구 동네 남정네들 모여서 옻닭을 먹었잖어 그때 성기아배두 옻 타는 줄 물르구 덜컥 먹었나벼요 옻 탈 때는 원래 똥구녕부터 살살 올러오다가 사탱이루 와서는 좆 끝에 붙으면 순식간이 확 꽃을 피운다잖여 그란디 광옥이네 성님이 수상허요 얼굴에 꽃이 피구 자꾸 속살을 긁적거리능 게 뭔 조화가 단단히 생긴 거 같으요 옻닭이야 남자들끼리만 먹었는디 과부댁이 급한 짐이 그 집 화장실이 가서 똥김을 쐰 건 분명 아닐 테구 참말루 요상스럽네 그 성님 마주치면 얼굴이 볽으족족허니 보기는 좋더구만 우덜이 물르는 꽃 피는 사연이 있었나 슬그머니 성님, 서엉님― 워디서 옻닭이라도 자셨나 물어볼까유 에이, 사람아 그런 건 물르는 체 허는 게 도와주는 겨

                                                                

                                              -전홍준,「열꽃」, 전문



삶의 행위 이면에 도사린 욕망의

질긴 호기심이

이 시의 관심일 것입니다.

까나리액젓일 하고 나서 옻닭을 해먹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옻 타는 성기아배와 과부댁 “광옥이네 성님” 얘기에

들어서며 서사는 절정에 이릅니다.

“옻 탈 때는 원래 똥구녕부터 살살 올러오다가

사탱이루 와서는 좆 끝에 붙으면

순식간이 확 꽃을 피운다잖여”에서 보여준 통쾌한 어법,

성기아배에게 붙은 옻이 왜 광옥이 성님에 옮았는지

사람들 궁금증이 쏠리는 데를 빤히 알면서도

“과부댁이 급한 짐이 그 집 화장실이 가서 똥김을 쐰 건 분명 아”닐 거라고

눙치듯 시상을 끌어가는 대목은

충청도 입말에 간직된 끈끈한 정서를 북돋우며

우리네 살맛, 말맛을 흔들어 깨웁니다.

오늘도 갯비린내와 파도소리에 감겨 있을 안면도!



섬을 벗어난 적 없는 분들의 삶을 물고 있는

당신의 첫시집 『눈길』, 여기에

수록된 시편들 전체가 해학성을 띠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단단하게 빛나고 있는 시편들이 더 많습니다만,

이 시에서처럼

엄숙성과 진지성을 털어버린 해학의 시학은

필요 이상의 심각성을 유도하는 시들이 감히 미치지 못하는 세계로

시 외연을 풍요롭게 확장해가고 있습니다.

전홍준 시인

당신의 시를 기다립니다.      


/ 이병초 시인<웅지세무대 교수>




출처: 전북포스트 http://www.jbpos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9103


[2019-12-12 17:57:45 에 등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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