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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도서관47.영화『로제타』/잔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작성자 : 김경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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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도서관> 47. 영화 『로제타』 / 잔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오늘도 달리고 있는 로제타, 로제타



  나는 이 지면에 웬만하면 1작가 1작품 혹은 1영화감독 1영화를 다루고자 했다. 그런데 맘먹은 대로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 영화에서 이 룰이 더 지켜지지 않았다. 테오 앙겔로풀로스 감독과 오늘 다시 쓰게 된 다르덴 형제 감독의 영화가 그러하다. 영화감독을 좇아 보는 영화도 있고, 연기 잘하는 배우를 좇아 보기도 했는데, 이번의 경우는 전자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영화는 1999년 영화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칸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다. 우리나라의 봉준호 감독이 만든 작품 『기생충』이 받았던 그 상! 말이다. 다르덴 형제는 『더 차일드』라는 영화로 한 번 더 황금종려상을, 이외에도 여타의 상들을 받은 바 있다. 이 형제는 거의 사회의 밑바닥을 극사실주의(Super/hyper realism)에 가까운 영화를 만들었는데, 문학이든 미술이든 리얼리즘이 최고라고 여기며 살아온 내게조차 너무 끔찍하다 못해 섬찟하여 몸 둘 바를 몰랐다.

  1999년에 상을 받았기는 하지만, 배경은 그 이전일 수도 있겠다. 여하튼 유럽 선진국에도 이런 그늘이 있다니 조금 놀라웠다. 인간이 저지르는 오류 가운데 하나가 현재의 모습만을 보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나 역시 과정이나 단계는 뒷전이고 현재를 그리고 오지도 않은 미래를 향해 시선을 두고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의 식견이 매우 좁았음을 인정한다. 그늘 없는 삶이 어디 있으랴. 나는 이제야 겨우 과거를 무사히 건너고 있음이 느껴진다.

  알코올 중독자 엄마가 스무 살도 안 된 딸 로제타를 거칠게 뿌리친다. 물속에 빠져 죽거나 말거나, 허우적대든가 말든가 제 갈 길로 가고 만다. 그녀가 외친다. “엄마. 엄마. 진흙바닥이야, 엄마. 진흙뿐이라고~~” 아! 많은 시간이 흘렀다. 오늘은 2019년. 세상은 진일보했는가. 철들지 않은 부모들이 팽개친 어린 것들과 일자리를 찾아 고군분투하는 청년들은 여전히 진창을 헤매고 있다.            

  숨이 가쁘다. 그녀의 뒤를 쫓노라면 내 숨이 덩달아 차오른다. “로제타 네 나이 몇 살인데 그렇게 살고 있니. 제발 뛰지 마. 그만 달려. 우리는 죽지 않을 거야.” 그녀를 향해 닥치는 대로 말하고 싶어진다. 트레일러에서 창문 틈새로 들어오는 외풍을 화장지로 틀어막으며 쪽잠 신세를 면할 길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우리의 로제타. 달리거나 빠르게 걷거나, 험한 노동을 하거나, 때때로 배가 아프다. 드라이어에서 나오는 따뜻한 바람으로 그녀는 배를 덥힌다. 그것이 그녀에겐 유일한 휴식이다. 트레일러보다 환경이 조금 나은 친구의 낡은 방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게 되는 그녀. 벽을 향해 가로 누워 혼잣말을 한다.

    
  

                네 이름은 로제타 / 내 이름은 로제타

                넌 일자리가 생겼어 / 난 일자리가 생겼어

                넌 친구도 생겼어 / 난 친구도 생겼어

                넌 평범한 삶을 산다 / 난 평범한 삶을 산다

                넌 구덩이에 빠지지 않을 거야 / 난 구덩이에 빠지지 않을 거야



  스물 네 다섯 나이 즈음 나도 일자리를 찾아 서울을 헤매고 다녔었다. 이력서를 들고 뚝섬과 구로공단을 발뒤꿈치가 까이도록 돌아다녔다. 그 저녁에 돌아와 끄적거린 시를 잠깐 들여다보니 그 시절을 견디고 살아온 나를 향해 누군가가 토닥토닥 말을 건네는 듯하다.



어느 땅에 발붙일 확신도 없는 내 앞에

절망이 내 그림자처럼 길게 누워

그 고갯짓에 겨워 떠밀려 온 이곳

수삼 년 여기저기 기웃거렸으나

끈질기게 등골을 파먹는구나 가난이여



살아 끝끝내 일어서리라 찾아 나선 강섶

나는 안다 모든 안다

그리고 나는 모른다 아무 것도 모른다

한갓 이슬로도 온몸이 이렇듯 서늘하고

머무른다 해도 핏빛 가득 차오르려니

나를 희망이라 여겨 기대온 인연 맺은 이들과

문풍지 사납게 울부짖을 졸망한 방 안

마주하면 눈길조차 부끄러우리

등을 떠밀리기에 앞서 가리라    

                                           - 졸시 「다시 뚝섬에서」 일부.





늘 조아려도 모자라는 모가지여

이 아침 늦은 턱에 수당이 내려

자존심은 더욱 내려

어쩔 것이냐 가슴속 길길이 날뛰어도

정말 어찌할 것이냐



젊은 한 시절 저당 잡히어

실려 가는 구로공단 길

                                         - 졸시 「구로공단 가는 길」 일부.

  

  평범하게 사는 것이 꿈인 로제타. 네가 환히 웃는 모습을 단 한 번이라도 보고 싶다. 그리고 오늘도 편의점에서 밤을 새며 유통기한이 지난 먹을거리를 쫓아 달리고 있을 수많은 로제타, 로제타들. 어젯밤 내내 택배 하차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돌아와 세상모르고 잠든 아들, 아들들. 섣부른 위로인들 누가 못하랴. 미안하고 또 미안할 뿐이다. / 이현옥(우석대 도서관 사서)


출처: 전북포스트 http://www.jbpos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9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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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26 20:09:37 에 등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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