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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大寒
작성자 : 鄭洋  (홈페이지)


대한大寒

정말로 소한小寒한테 놀러갔는지

놀러 가서 남은 추위 다 꾸어주고

정말로 제풀에 얼어죽었는지

큰댓자가 무색하게 날이 푹하다

어디서 묵은 뼈다귀 하나 물어와

한나절 내내 노리개삼다 지친 누렁이는

날씨 탓인지 나그네를 보고도 짖지도 않는다

저러다 느닷없는 강추위처럼 다가와

정갱이를 덜컥 물어버릴지도 모르지

대한 날에 제풀에 오갈 든 나그네가

조심조심 누렁이 옆을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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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달그믐밤


잠들면 설이 안 온다는 말은

잠들면 눈썹 하얘진다는 말은

설음식 미리 먹으면 조상님께

죄로 간다는 말은 믿을 게 못 된다

일손 바쁜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구정물통 비워 돼지 먹이고 찬밥 거두어

개 먹이고 마당 쓸고 토방 쓸고 마루 닦으면서

오며가며 설 음식 군침 섞어 눈치껏 집어먹어도

사사건건 달달 볶던 어머니도

모르는 체 딴전을 피우는 것 같았다

설날이 오든 눈썹이 하얘지든 말든

이제는 잠들 일만 남아 있어도

잠들지 말고 이것저것 눈치껏 더 집어먹으라고

눈썹 가려운 밤이 깊어가곤 했다




[2020-01-20 13:50:43 에 등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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