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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초 맑은시비평29. 김수철-못다 핀 꽃 한 송이
작성자 : 김경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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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초의 '맑은 시비평'>29. 못다 핀 꽃 한 송이- 김수철



못다 핀 꽃 한 송이


운동권 노래가 대학가를 달궜던 1980년대에도 나는 김수철 음악을 자주 들었다. 그런데 나는 김수철의 음악세계를 잘 모른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즐겨 부르는 「못다 핀 꽃 한 송이」를 창작하게 된 동기가 무엇인지는 더더욱 모른다. 몇 년 전 시내버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이 노래를 들은 적이 있는데 내심 놀랐다. 노랫말의 처음부터 끝까지가 순 우리말로 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언제 가셨는데 안 오시나

한 잎 두고 가신 임아

가지 위에 눈물 적셔놓고

이는 바람소리 남겨놓고

앙상한 가지 위에

그 잎새는 한 잎

달빛마저 구름에 가려

외로움만 더해가네

밤새 새소리에 지쳐버린

한 잎마저 떨어지려나

먼 곳에 계셨어도

피우리라

못다 핀 꽃 한 송이

피우리라

                    -김수철, 「못다 핀 꽃 한 송이」, 부분.

  

  노랫말을 펴가는 방법이 일반 시의 시상전개와 다름이 없다. 음표에 기대지 않더라도 시행마다에 적힌 의미가 꽃 한 송이로 귀결되는 자연스러움은 대중 정서를 한 차원 높게 끌어올렸다. 시의 내용은 별게 아닌데 한자며 외국어를 함부로 덧칠해놓은, 화해불가능이 무슨 뜻인지조차 모르는 시들보다 이 노랫말은 한참 위에 있다.

    
눈물로 적셔진 나뭇가지에 바람이 일고 ... ...

  눈물로 적셔진 나뭇가지에 바람이 일고 여린 바람소리처럼 남겨진 “한 잎”이라는 상징은 외로움이란 단어를 곰곰이 생각하게 한다. 개인이 가진 서정성의 범주에 속하는 외로움은 시대적 징후에 눌림이 없다. 하지만 청자는 이와 다르다. 이 노래를 들으면서 오늘의 질곡에 시달리는 자신의 사연을 달래기 때문이다. 한국 서정시가 오래 전부터 보여주었듯 “떠난 임”을 꼭 돌아와야 할 ‘임’으로 객관화한 외로움은 돌아봄이란 시적 울림을 얻는다.

  미국 포크계의 전설인 밥 딜런, 2016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밥 딜런이 「못다 핀 꽃 한 송이」를 만나면 좋겠다. 왜 4, 5월만 되면 이 땅의 사람들이 김수철 노래를 즐겨 부르는지 정직하게 캐본다면 더 좋겠다. 앙상한 가지에 남겨진- 결코 떨어지지 않을 “한 잎”이 어떤 뜻이며, 누가 이 땅의 “못다 핀 꽃송이”인지를 밥 딜런이 못 읽어낸들 어떠랴. 순 우리말로 적힌 김수철의 「못다 핀 꽃 한 송이」가 밥 딜런을 모른들 또한 어떠랴. / 이병초 시인<웅지세무대 교수>


출처: 전북포스트 http://www.jbpost.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618



출처: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seNUd7YCf2I




[2020-04-22 09:36:20 에 등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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