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洋의 홈



망종 芒種
작성자 : 鄭洋  (홈페이지)


망종 芒種

들판 여기저기서 보릿대를 태운다

한 세상 지긋지긋했노라고

머리 풀고 하늘로 하늘로 올라가던

보릿고개 태워 먹은 귀신들이

햇살 설핏 기울면서는 텃밭에도

눈치보며 슬금슬금 내려앉더니

땅거미도 다 깔리기 전에 자욱하니

자리를 잡아버렸다

하늘에도 머리 두를 데가 없었나보다

이 들판 못 떠나는 귀신들이

별빛 아래 자욱하니 내려앉아서

보리농사 나락농사 깔끄라기 종자들부터

까락까락 다시 더듬고 있다

..........................................................

동인이 읽은 시   ㆍ작성자 엽서시            

* 풍년이 되어도 을씨년스럽기만 한 김제 들녘을 지나오거나 생거진천 들녘을 가로질러 올 때 명주실타래마냥 휘감고 있는 연기를 보았던, 논바닥 여기 저기 두통약처럼 깔려 있는 짚더미들을 보았던 그것이 들판 여기저기서 태운 귀신 형용의 연기라니. 지긋지긋한 세상에 보릿고개마저 태워 먹으며 당연히 하늘에 올라가야 할 귀신들이 왜 땅으로 내려와 깔끄라기 종자들을 더듬고 있을까. 그렇게 귀신들을 떠나보내고 돌아오게 하는 저 땅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는 것일까. 망종이 망쪼날 망종이 되어버릴 판인 시절에 들판을 못 떠나는 귀신들은 왜 시인과 농꾼들에게만 보이는 것일까.
                                      




[2020-06-04 20:10:37 에 등록된 글입니다.]



Copyright 1999-2020 Zeroboard / skin 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