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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초 맑은시비평41. 박성우-바닥을 쳐도 좋은 사랑
작성자 : 김경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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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초의 '맑은 시비평'> 40. 바닥을 쳐도 좋은 사랑 - 박성우



    
바닥을 쳐도 좋은 사랑

  사랑이란 말은 친근하다. 누구든 사랑이란 감정에 뜨겁게 데일 자유가 있으므로 이 말이 친근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목숨 걸고 한 사람을 사랑했다는 감정- 그것에 예의를 갖추는 마음가짐이 사랑이기 때문에 사랑이란 말이 친근한 게 아닐까.



괜찮아, 바닥을 보여줘도 괜찮아

나도 그대에게 바닥을 보여줄게, 악수

우린 그렇게

서로의 바닥을 위로하고 위로받았던가

그대의 바닥과 나의 바닥, 손바닥



괜찮아, 처음엔 다 서툴고 떨려

처음이 아니어서 능숙해도 괜찮아

그대와 나는 그렇게

서로의 바닥을 핥았던가

아, 달콤한 바닥이여, 혓바닥



괜찮아, 냄새가 나면 좀 어때

그대 바닥을 내밀어봐

냄새나는 바닥을 내가 닦아줄게

그대와 내가 마주앉아 씻어주던 바닥, 발바닥



그래, 우리 몸엔 세 개의 바닥이 있지

손바닥과 혓바닥과 발바닥,

이 세 바닥을 죄 보여주고 감쌀 수 있다면

그건 사랑이겠지

언젠가 바닥을 쳐도 좋을 사랑이겠지

                                  -박성우, 「바닥」, 전문.
  



  사랑은 자신을 죄다 보여주는 것이겠다. 손을 잡고 품에 안는 행위로부터 당신의 부끄러운 부분도 자신의 몸처럼 아끼고 가려주는 것이 사랑이겠다. 시에 세 개의 바닥이 나오는데 ‘발바닥’에 눈길이 오래 간다. 사랑은 배려이고 위로라는 듯 당신의 발을 차고 맑게 씻어주는 행위는 고결하다.  

  사람은 많고 재화는 부족하기 때문에, 턱없이 부족한 그 재화가 평등하게 분배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답게 살고 싶은 소망이 내일로 유예되었음을 모르는 이는 없다. 이런 불편한 오늘을 살고 있는 당신. 걷거나 뛰고 더러는 발을 동동거리기도 했을 당신. 갈수록 늘어가는 흰머리와 잔주름을 속절없이 바라보고만 있을 당신.

  세상의 눈금이 어디를 가리키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화자가 사랑하는 이의 발을 씻어주는 행위는 “언젠가 바닥을 쳐도 좋을 사랑”이다. 헤어졌을지라도 자신의 정신이 흐려지기 전까지 그 분의 마음결을 존중하고 지키겠다는 다짐일 것이니. / 이병초 시인 (웅지세무대 교수)


출처: 전북포스트 http://www.jbpost.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795















[2020-07-13 22:19:29 에 등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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