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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날
작성자 : 鄭洋  (홈페이지)



복날

  나무칼로 귀를 베어도
  네모 난 송곳으로 이마빡을
  홱홱 비벼도 피 한 점 진물 한 점
  찍소리 한 점 안 묻어날
  무지막지한 뙤악볕 아래
  뙤악볕하고는 그래도
  피 몇 점은 섞인 가을바람이
  엉거주춤 문턱에 들어섰다가
  고개도 못 들고 엎드린 채
  뒷걸음질로 물러난다는
  엎드릴 伏字 복날들,

  엉거주춤해도 길긴 데는 있어서
  두세 번 더 그렇게
  물러서다 다시 찾다보면
  번번이 딴낯짓던 뙤악볕도
  제 살아온 눈치로 마침내는
  아는 체를 하고 만단다
  질기게 견뎌야 할 복더위에는
  질기게 견뎌야 할 이 세상
  된장 발라버릴 것들 대신
  개장국이든 삼계탕이든 뱀탕이든
  뙤악볕보다 더 드센 장작불로
  푹푹 삶는 게 젤이다 누가 더
  질긴가 보자고 질긴 게
  이기는 법이라고
  뙤악볕도 이 세상을 푹푹 삶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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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5 18:44:43 에 등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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