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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民畵 3 보리타작
작성자 : 鄭洋  (홈페이지)



民畵 3

보리타작

         __ 우리 꼬맹이들에게 보리타작은 보리를
            수확한다는 말이 아니라 어른들 몰래
            미처 덜 익은 풋보리를 꺾어 끼리끼리
            구워먹는 걸 일컫는 말이다

학교도 다니다 그만둔 종기형은
우리애개 궂은 짓을 자주 시킨다
시키는 대로 우리는 보리타작에 나섰다
꺾어온 풋보리들이 불길에
마침맞게 익어 입맛을 다실 무렵
보리밭 건너 논두렁을 가로질러
곰방대 바쁘게 휘젓는 김영감이
우리들에게 잰걸음으로 다가온다

“크닐나따 보리밭 주인 땡공이다 내가
  시간 버는 동안 밭 너머로 빨리들 도망가,”
종기형이 불을 밟아 끄면서 우리를 내몰고
무릎 꿇고 김영감을 기다린다
무릎 꿇은 종기형을 보고 맘이 좀 놓인 듯
뛰다시피하던 김영감 걸음이 느려진다
그 틈에 우리는 건너편 보리밭 둔덕으로 숨었다

김영감이 다가오자 갑자기 몸을 일으켜  
우리들 반대쪽으로 달아나려던 종기형이
밟은 둔덕 허물어져 나뒹군다
김영감이 종기형 뒷덜미를 쥐고
“저리 도망간 놈들 다 오라고 혀
  누구누군지 내가 다 아러 이놈더라“

뒷덜미 잡힌 종기형이 우리들 쪽으로
달아나라는 건지 나오라는 건지 손을 흔든다
아무래도 나오라는 손짓 같다  
우리는 고개 숙이고 김영감 앞에 다가가
김영감 앞에 다시 무릎 꿇은
종기형 뒤에 한 줄로 무릎을 꿇었다

“아무리 처리 안 드러써도 이 보리꼬개예
  다 된 보리농사를 이러케 망쳐논냐?
  느네들 지베 알려서 보리 한 말씩만
  무러내라고 혀야거따 이놈더라“
김영감은 곰방대로 우리 머리통을  
낱낱이 두드렸다 하나도 안 아팠다
보리 한 말씩이란 말만 억장이 막혔다

“일어나서 이리덜 둘러안저”
보리 구워 놓은 밭 가장자리로
우리를 둘러앉힌 김영감은
주머니에서 틀니를 꺼내어 끼고
구운 보리 한 줌을 비벼 우적우적 씹는다

“어어 참 마디따 보리마슨 역시
  이러캐 구워멍는 거시 최고지”
입 언저리에 껌댕이 묻은 김영감이
침을 꼴깍꼴깍 삼키는 우리들에게
구운 보리를 한 줌씩 집어준다
긴가민가 눈치를 살피며 우리도
조심조심 구운 보리를 비벼 먹는다

“또 이런 지터먼 그 때넌 참말로 이놈더라
  보리 한 말씩 거둘 티닝게 그리 아러, 아러찌?“
김영감이 갑자기 보리껌댕이 묻은 손바닥으로
우리 얼굴들을 문지르며 낄낄 웃는다

김영감이 자리를 뜬 뒤에도 우리는
구운 보리를 비벼 먹으며 서로
낯바닥을 문지르며 낄낄거렸고
오늘은 땡공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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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29 19:12:45 에 등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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