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民畵 4 도둑질
작성자 : 鄭洋  (홈페이지)


民畵 4

도둑질

외동딸 시집보내고 혼자 사는
여산댁 외딴집에 도둑이 들었다
안방문 소리없이 따고 들어온
어두운 붉은 손전등 불빛이 안방 벽장문
문고리 어름에 어른거릴 때
아까부터 숨죽여 지켜보던 여산댁이
  “도독이야 도독이야”
연거푸 큰 소리로 내질렀다

  “하따, 깜짝놀랜네, 간 떠러지거따 이년아”
저도 모르게 손전등을 떨어뜨린 도둑이
손바닥으로 여산댁 입부터 막으려 한다
   “어따대고 년짜냐 이 도동노마 너 맷살 처머건냐?”
   “이 판국에 나이가 무슨 개뼉다구냐 이년아”
야무진 몸으로 여산댁을 짓누르며
이제는 두 손으로 목을 조르려 든다
   “확 쥑여뻐리는 수도 이씅게 꼼짝마러 이년아”
   “그려 확 쥑여뻐려라 쥑여뻐려 이 도동노마”
짓누르는 덩치를 손발로 밀쳐내다가
얼핏얼핏 도둑의 거시기가 손에 닿기도 한다
   “아니, 이년이 환장현능개비네 거그가 시방 어디라고
    더듬능 거시여 더듬기를“
   “오매 환장허건네 더듬기는 누가 더듬어 이 도동놈아
    지꺼시 뻐뻣혀징게 자꾸 소네 단능구만...”
말 마치기도 전에 부르르 떨던 여산댁 몸이
한꺼번에 허물어진다 도둑도 아무 말 없이
여산댁 허물어진 몸을 갖은 짓으로 속속들이 챙긴다

거친 숨 섞인 허물어진 몸소리들 잦아들고
입지도 벗지도 않은 채 맞붙은 몸들이  
버려져 뒹구는 손전등 불빛에 얼비친다
숨가쁘던 방이 한동안 고요에 잠긴다

   “나 오널 도독질은 그만둘란다”
년짜 빠진 도둑의 말투가 사뭇 부드럽다
   “씹도독질은 도독질 아니냐? 이 도동노마“
도동노마를 달긴 했어도 여산댁 말투에도
허물어지던 몸소리가 아직 묻어 있다
  “도독질 당헐라고 잔뜩 지둘려떵만 뭔 딴소리여?”
  “그려, 사내맛 본 지 심 년 다 되야 간다 이 날도동노마
   근디 야가 또 왜 이런다냐?“
  “자꾸 주물러댕게 안 그러냐, 암만혀도
   그 도독질 한 번 더 혀야 쓰거따“

몸 허물어지는 소리들이 한바탕 더
외딴집 새벽을 휩쓸고 지나갔다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은 도둑이
그림자처럼 싸립문을 빠져나가고
다 알고 있다는 듯 닭장에서  훼를 치며
유난히 길게 목청을 뽑는 첫닭이 운다
아직껏 입지도 벗지도 않은 여산댁이
도둑이 사라진 싸립문을 건너다보며 중얼거린다

    “오너른 내가 나 아닌 건만 가트다 아니
     오너른 내가 참말로 나 가트다 이 도동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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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30 12:17:09 에 등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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