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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밤
작성자 : 鄭洋  (홈페이지)


가을밤


남준이 전화가 뢌다
전주냐고 물었더니
하동 집 근처 주막이라며
노래나 한 자락 들으란다
내가 대꾸하기도 전에 전화통을
그의 노래가 가득 채운다

“사아라앙허넌 나아예 고오오오히야아아앙얼
  하안 버언 떠어나안 이이이이후우우에“

그의 노래는 늘 느려터져서
들을 때마다 가슴이 미어지고 답답하다
이 가을밤 그의 노래는 가뜩이나 더 느리다

“나아아리이이 가아고오오
  다아리이이 가아아알수우우로옥”

목이 메이는지 사무치는지 건너뛰더니“
남은 부분은 날더러 불러달란다
노래라는 걸 불러본 지가 실로
얼마 만이냐 나는 서둘러 노래를 잇는다

   “나 언지나 사랑허어넌 내 고향으
    다시 갈까 아 내 고향 그리워라“

목에 가래가 끼어 내 귀에도  
남준이보다 더 목이 메이는 것 같다
한참이나 넋 놓고 전화통을 들고 있는데
남준이가 젖은 목소리로
성니미 먼저 전화를 끄라고 한다
엉겁결에 전화를 껐다 그리고
전화 끈 걸 깜박 까먹은 채

  “가수들은 2절까지 부르더라
   가수넌 아니지만 나도 2절까지 부르마“

   “가을바메 나라오오넌
    저 기러기 떼에더라아아아“

가래 끼어 목메이는 듯한 내 노래를
꺼진 전화통이 더 목메어 듣는다


*남준이--박남준 시인, 작년 아름다운작가상에 이어 올해
             임화문학상 조태일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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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09 21:27:54 에 등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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