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洋의 홈



민화 民畵 8 억새밭 선열이
작성자 : 鄭洋  (홈페이지)


민화 民畵 8  

억새밭 선열이


바보 선열이는 우리 5학년 꼬마들보다
키가 좀 크고 통통한 그러면서 늘
입을 반쯤 벌리고 초점 잃은 눈으로
자나깨나 아무 표정 없이 산다

너댓살 때 두엄자리 구렁이 알을 캐먹고  
열병에 사달리다 깜박 숨이 넘어갔는데
산에 묻기 전 둘둘 만 가마니 속에서
우는 소리가 들려 다시 짊어지고 왔더란다

그 선열이가 서른이 다 되는 지금까지
저렇게 너댓살 짜리 애기가 된 채로 산다
입술과 턱 언저리에 수염이라기엔 너무 듬성듬성한
거뭇한 터럭 몇 오라기가 매달려 있다

남에게 먼저 말 거는 일 없고
누가 말 걸어도 거의 대꾸하지 않는다
얼핏 벙어리 같은데 때에 따라
‘응’이나 ‘아니’ 로 묻는 말에 대답도 하고
몇 사람 이름이나 두서너 음절씩은 말도 한다

선열이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안 가리고  
동네 밖 야산의 억새를 베러 다닌다
몸집에 맞는 작은 지게에 아무 때나
억새 몇 줌을 헐겁게 짊어지고 온다
바작에 담긴 그 땔감이 너무 적어
살림에 전혀 도움될 것 같지 않다

구워먹을 뱀을 찾아 막대기로
야산 풀숲을 휘젓던 우리 꼬맹이들이
억새밭머리 선열이를 보고
이심전심 눈빛을 반짝인 것은
요즘 동네에 떠도는 소문 탓이었다
동네 큰애기들이 선열이 거시시를
돌림빵으로 주물러대며 즐긴다는 것이다

우리는 다짜고짜 선열이 손발을 붙들고
아랫도리를 벗겼다 그리고 모두 놀랐다
많이 겪는 일인 듯 선열이가 전혀
저항을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드러난 선열이의 검붉은 거시기가
여느 어른들 것과 거의 비슷해서다

수일이가 냉큼 그걸 손에 쥐고
좌우로 우아래로 흔들어본다 흔들수록
점점 묵직해지고 탱탱해져서
여느 어른들 것처럼 우람하게 번들거린다

수일이도 이제는 겁먹은 듯
그걸 두 손으로 쥐고
가만가만 위아래로만 흔든다
누가 이렇게 만져줬냐고 수일이가 묻자
선열이는 망설임도 없이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봉주라고 한다
봉주는 시집간 선열이 친동생이다
아무리 믿기 어려운 일도 애기 같은
선열이 말을 안 믿을 수도 없다

수일이가 또 누구? 또 누구? 물을 때마다
역시 망설임 없이 선열이는 대여섯 명이나
동네 큰애기들 이름을 불어댄다
더 묻기 무서운지 수일이가 입을 닫는다
  
  “소느로 만지기만 혀써?”
용식이가 짓궂게 묻는다
  “올라타써”
  “누가 올라타써?”
용식이가 또 묻고
  “다아 올라타써”
꼳바로 튀어나오는 선열이 대답애
용식이도 수일이처럼 입을 닫았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선열이가
다시 억새를 벤다 억새를 베거나
큰애기들을 기다리거나 말거나 우리는 다시
구워먹을 뱀을 찾아 풀숲을 휘저었다

....................................................................................

[2021-10-16 13:30:07 에 등록된 글입니다.]



Copyright 1999-2021 Zeroboard / skin 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