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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 民畵 13 베신
작성자 : 鄭洋  (홈페이지)


민화 民畵  15
베신

서울효제국만학교에서  
김제공덕국민학교로 전학왔던
육이오 한 해 전 3학년 때
공덕학교 아이들은 모두
맨발로 학교에 다녔다
내 하늘색 운동화를 아이들은
베신이라 했고 나를
베신 신은 놈이라 부르기도 했다

맨발로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을
처음엔 이상하게 여기다가 며칠 뒤부터
신 신고 다니는 내가 스스로 이상해서
길가 다박솔 밑에 신을 감추고
나도 맨발로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다

처음 며칠은 발바닥이 따끔거려서
건중건중 비틀거리기도 했지만
나도 모르게 맨발에 익숙해져서
다박솔 밑 신발을 몰래 꺼내어
그걸 신고 집에 오는 발길이
오히여 어색하고 무거웠다

나만 안다고 믿던 그 다박솔 아래
누가 보나 안 보나 주위를 살피며
신발 꺼내려는 내 손에
뭉클하니 차디찬 것이 쥐어졌다
깜짝 놀라 신발 속 죽은 뱀들을
황급히 내버리는 나를 보고
저만큼 무덤 뒤에서 복철이가
깔깔거리며 달아났다

“너 거기 안 설래?”
잡히면 쥐어패기라도 할 것처럼
내가 소리소리지르며 뒤쫓았지만 실은
달아나는 복철이가 고맙기도 했다
복철이는 나보다 세 살 위였고
뜀박질도 쌈박질도 내 몇 수 위였다

어느날 그 다박솔 아래 베신이 없어졌다
훔친 놈 누구든 걸리기만 하면
내 손으로 당장 쥑여뻐린다면서
복철이가 불같이 화를 냈다
나는 베신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고
앓던 이 빠진 것처럼 개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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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15 18:13:14 에 등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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