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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 民畵 16 야꼽쟁이
작성자 : 鄭洋  (홈페이지)


민화 民畵  16

야꼽쟁이

해마다 보릿고개 나락고개를 겪는
마을 어른들은 너 나 없이
다 야꼽쟁이였고, 야꼽쟁이라서
그나마 목숨 버틸 수 있었다

왕복 사십리 솜리장터나
왕복 육십리 김제장터를
버스비 아끼려고 걸어다니던
그 마을 야꼽쟁이들 중에도
유난한 야꼽쟁이가 하나 있었다

공옥진의 전주 공연 때
담배갑 크기의 신문지조각을
검지손가락에 찔러 끼운 채
그 손가락으로 밑 닦고 그 손가락을
그 신문지로 꼼꼼히 닦아내는
공옥진의 짓궂은 야꼽쟁이 시늉이
관중의 큰 박수를 받을 때
나는 문득 정영감 생각이 났다

정영감은 물 한 바가지 들고 뒷간에 간다
누가 따라가서 살피지는 않았겠지만
휴지 아끼느라 손가락으로 밑 닦고
바가지 물로 그 손가락 씻었을 게다
그야말로 공옥진도 울고 갈 야꼽쟁이다

초겨울 초가집 지붕 이을 때
일꾼들은 지붕에 오르기 전에
사다리 옆에 신발 벗어놓고 올라가는데
정영감은 지프라기에 양말 닳는다고
양말까지 벗은 시린 맨발로
지붕에 올라 일손을 돕곤 했다

서울에서 돈 잘 번다는 아들이
귀 어두워진 아버지 생일 선물로
최신식 보청기를 사드렸는데
굵은 귀 먹은 정영감은 그 보청기를
약 닳는다고 내내 쓰지 않다가
아들 내외 내려오는 명절에나 꺼내어 썼다

의대생들 인체해부실습에 써달라고
정영감은 시신기증각서를 살아생전에
전북대학병원에 냈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이 세상에 아낌없이
모든 걸 다 주고 싶었는지 아니면
땅에 묻혀 썩어 없어지는 게
너무너무  아까워서였는지는
오직 정영감만 알 일이다



모든 걸 다 주고 싶었던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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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꼽쟁이 : 구두쇠의 방언  
공옥진(1931-2010.) : 무용가. 소리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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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30 09:22:01 에 등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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