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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구도를 생각하다
작성자 : 鄭洋  (홈페이지)



불멸의 구도를 생각하다

   강인한

겨울의 차가운 별들이 시리우스를 바라본다.
보름 전 이태원 항구를 떠난 젊은 별들은
지금 어느 하늘을 항해하고 있는가.

키 작은 명자나무랑 꽝꽝나무 아래서 통통 튀는
탁구공만한 참새들이
정글짐처럼 우거진 측백나무 가지 새로
파고드는 오후 세 시
셔터의 마법이 떠도는 시간이다.

시선을 십오 도로 끌어올려 연민의 각도를 높인다.
내 일찍이 살아온 발자국
밟아온 발자국마다 언젠들 꽃이 피었으랴.
황금의 삼화음이 불꽃처럼 터졌으랴.

역사란
허구와 집념의 꿈을 반죽하여 밀어붙이는 것이지.
국가애도기간이 끝난 뒤, 이방의 병든 소년을 끌어안고
수없이 연습한 기도의 자세를 시전하는 것.
내 인생의 화려한 필모그래피를 위한
열네 살 소년의 집에서 풀어놓는 자비의 포즈.
셔터 없는 자비란 난센스일 뿐.

슬픈 주검을 무릎에 앉힌 성모의 구도를
내 프로필 뒤
눈부신 역광으로 거룩하게 드리운다.

    —《현대시학》 2023년 1-2월호


[2023-02-12 15:27:43 에 등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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