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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옥씨네 마당6. 잡초- 쓰잘데기 없는(?) 풀, 이현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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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옥씨네 마당> 6. 쓰잘데기 없는(?) 풀, 잡초 - 이현옥
승인 2024.07.17 14:19:03
6. 쓰잘데기 없는(?) 풀, 잡초
앞마당의 절반에는 잔디를 깔고 나머지는 맨땅으로 놔뒀다. 그렇게 한 이유는 내 마음 내키는 대로 이것저것 심고 가꾸어보고 싶어서였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그 땅이 거무죽죽한 흙이 아니라 누르팅팅한 마사토가 대부분이라는 것이었다.
원래 이 땅은 밭이었다. 이곳을 대지로 변경하여 집을 지으면서 흙을 두세 차례 부어서 다졌다. 그때 오가는 사람들이 마당은 물이 잘 빠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우리는 타협을 했다. 그러면 모래 반 흙 반이 좋겠다.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났다. 흙은 어디로 새어나가고 내 눈에는 거의 모래만 보였다. 작년 장마철에는 덕을 보기도 했다. 물이 쑥쑥 빠져서 물속에 잠겨있거나 잎이 물러터진 작물이 거의 없었다. 우리 집 앞을 오가는 어른들이 텃밭의 꼿꼿한 상추를 보고 본인들 것은 빗물에 짓이겨져 뜯을 것이 없는데 이 집 농사는 잘 되었다나? ㅋㅋ
올 여름 6월말까지는 비가 거의 오지 않았다. 이럴 때 우리 집 마당은 곤혹스럽다. 바람이라도 세차게 불면 모래조차 날아갈 것 같고, 바닥이 갈라진 곳도 있다. 잡초마저 자라지 못하는 상황이 되고 만 것이다. 땡볕이 내리쬐는 한낮이면 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야외작업을 자제하라고 방송을 한다. 게으름이 취미인 나는 옳다구나, 마당을 자주 들여다보지 않았다.
하지만 비 소식은 없어도 풀들은 여지없이 자랐고 종류도 늘어나 있다. 마른장마라던가. 가뭄에도 꼬실라지지 않았다.
새벽 5시 지나 잠이 깨면 나는 풀을 뽑으러 나간다. 이 시간이 목덜미도 시원하고 모기도 덜 달라붙는다. 땅에 이슬기가 있어서 풀 뽑기도 수월하다. 땅바닥에 찰싹 붙어있는 ‘애기땅빈대’는 돋보기를 쓰고 나오지 않은 것이 후회될 만큼 작아 터졌다. 가늘가늘한 ‘비노리’는 서로 몸을 부빈다.
이 두 종류는 내 손가락 관절에 무리를 주는 존재다. 이것저것 도구를 활용해 보아도 시간만 지체될 뿐이다. 담장이라도 있다면 내버려두고 싶지만 동네사람들의 눈총이 뒤통수에 와 닿는 것만 같다. 이렇듯 작은 것들도 내 눈에는 자꾸 밟히는지 모르겠다.
남들 의식하지 말자고 다짐했건만 요놈의 성질머리는 바뀌질 않는다. 2014년에 출판된 마루야마 겐지의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를 다시 읽어야할 모양이다. 남의 눈과 입에 무심해지지 않는 내가 더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쏙쏙 뽑혀서 손맛을 느끼게 해주는 강아지풀.
나물을 씻어서 건져 올릴 때의 느낌을 좋아한다는 어느 풀꽃요리연구가가 떠오른다. 그녀는 그 느낌을 낚시꾼의 손맛에 비유했었다. (「ebs 건축탐구 집」/부창부수 부부의 사랑이 꽃피는 집)
나는 쏙쏙 뽑혀서 손맛을 느끼게 해주는 풀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강아지풀’과 ‘망초’가 그것들이다. 하여 땅바닥에 납작 엎디어 뻗어가는 것들보다는 위로 자라면서 뿌리가 웬만한 풀들 쯤이야 기꺼이 마주하리라.
반면에 뽑을 때 뿌리가 뚝뚝 끊어지는 풀들은 짜증을 돋운다. 마치 똥 누고 밑 닦지 않은 것처럼 개운하지 않다. ㅠㅠ. 풀도 꽃이나 나무처럼 내 맘대로 선택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허튼 생각에 사로잡힐 때도 있다. 살아오는 동안 내 의지대로 되는 일이 얼마나 있었던가.
내가 어렸을 적에 보았던 잡초도 변한 것 같다. 사람도 나무도 꽃도 글로벌해졌는데, 잡초라고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싶다. 내가 처음 보는 ‘큰방가지똥’은 가시가 무섭게 생겼고, 몸집도 크고 억세 터졌다. 외래종인가? 내 눈에는 생태계를 교란시킬 것처럼 보이는데 약초로 쓰인다고 한다.
텃밭의 괭이밥(사진 위)과 뒤꼍의 괭이밥(사진 아래)
‘괭이밥’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잡초와의 전쟁을 피해보고자 나는 뒤꼍에 자갈을 깔아놓았다. 똑같은 괭이밥이 앞뒤로 널렸는데 텃밭에서는 잎이 녹색을, 뒤쪽 자갈위에서는 붉은색을 띠고 있다. 진위가 궁금하여 찾아보다가 우연찮게 파이낸셜 뉴스(2023. 10. 23. url)를 읽게 되었다.
식물들이 도시화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진화하고 적응을 한단다. 괭이밥도 잎 색깔이 도시열섬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자 녹색에서 빨간색으로 진화했다는 내용이었다.
놀랍고 께름칙하다. 괭이밥의 잎이 흙과 잔디가 있는 좋은 환경에서는 녹색을, 돌과 벽돌, 아스팔트 가까이에서는 붉은색으로 변한 것이다. 그렇다면 ‘쇠비름’의 색깔이 달라 뵈는 이유도 이 때문인가. 나의 편의를 위해 깔아놓은 자갈들 위에 흙을 채워야 하나... 지난 번 비에 한쪽이 꺼진 곳도 있던데, 마음이 뒤숭숭해진다.
내가 괭이밥에 관심이 많은 이유는 어린 시절 잎을 따 먹기도 했거니와 소꿉놀이 할 때 콩콩 빻아서 나물대용으로 썼던 기억 때문이다. 신맛이 나는 이것을 우리는 ‘싱건지’라고 불렀었다. 생각만 해도 입 안에 침이 고인다.
‘자운영’과 ‘벌금자리’의 안부도 궁금하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를 견디지 못하고 사라졌는지,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질 않는다, 잡초라 여겨지는 그것들로 우리는 나물을 무쳐 먹었다.
앞마당의 ‘애기땅빈대’가 자생식물이면 좋겠다. 이것으로는 청결제와 화장품을 만든다고 한다. 내 손가락 관절을 아프게 하는 쓰잘데기 없어 보였던 잡초가 아니었던가? 윤구병 선생의 『잡초는 없다』라는 책이 이해가 되어간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쓸모없는 풀은 이 세상에 없는 것 같다. / 이현옥
글쓴이 / 이현옥 전 우석대 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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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ww.jbpos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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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8 13:05:44 에 등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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