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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옥씨네 마당18.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 이현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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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옥씨네 마당> 18.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 이현옥
승인 2025.01.03 15:34:05
18회.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이 무슨 날벼락인가. 금쪽같은 목숨들 떼죽음이 웬 말인가. 알아보지 못할 만큼 심하게 훼손됐을 주검들이 떠오를 때마다 소름이 돋는다. 비통한 나날들이다. 오만 가지 생각이 얼크러져 그렇잖아도 두서없는 글이 자꾸 흐트러진다.
쑥스러운 고백을 하자면, 작금의, 대한민국의 비참한 사태들을 보고 듣고 있을 뿐 한 명의 민주시민으로서 구체적인 행동을 하지 못했다. 나는 이제라도 광장에 나가 젊었던 시절 떼창하였던 안치환의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를 목청껏 부르고 싶다.
우리 집은 그야말로 초상집이 되었다. 우리 애들은 그 새를 하필 소나무 밑에 묻고 막대기로 십자가를 만들어 표식하고 아침저녁으로 조문했다. 솔직히 나는 죽은 새보다 슬픔에 겨워하는 자식들 땜에 마음이 더 아팠다. <본문 중에서>
이 노래의 가사는 박영근 시인의 “시집 『취업 공고판 앞에서』(청사)에 수록된 「솔아 푸른 솔아-백제6」과 「고향의 말4」를 비롯한 시를 변형시켜 만든 가사에 안치환 씨가 곡을 붙인 노래다.”(한겨레신문/최재봉 기자, 2009.5.4.)라고 전한다.
어느 매체에선가 안치환은 이 노래를 “박영근 시인의 시를 노래로 만들고 싶어서 (내가 쓴 가사와) 짜깁기를 해서 만들었다”고도 했다. ‘솔아 솔아 ~’ 뭐라고 말 좀 해보시라. 나라 돌아가는 꼬락서니가 여태 이 모양인가. 억장이 무너지는 것은 왜 국민의 몫이어야 하는가.
이 집을 짓기 전 우리는 상가주택에 살았었다.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어렵게 산 집이었다. 드디어 아파트에서 내려와 멋도 부려보고, 있어 보이고 싶어서, 우리 형편에 과소비를 했다. 비싼 조선솔을 세 그루 심어놓고 딴에 유세를 부렸다. 비록 변두리였지만 가끔 나는 분수를 모르고 오만을 떨기도 했으리라.
그런데 속상한 일이 생겼다. 조선솔 한 그루가 죽기 전이었다. 우리 애들이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 새 한 마리가 집으로 들어왔다. 밖으로 내보내려고 방충망 잠금장치까지 풀고 문이란 문은 죄다 열어놓았지만 새는 유리문에 계속 몸을 부닥치다가 다리를 부러뜨리고 말았다.
그 새가 바닥에 떨어져 파닥거릴 때, 두려움에 떨면서 살금살금 다가간 애들은 다리를 치료해 주고 붕대로 감아줬다. 물을 줘도 시들시들 먹잇감이 될 만한 무엇을 놓아줘도 묵묵부답, 그렇게 1주일 정도 앓다가 결국엔 죽고 말았다.
우리 집은 그야말로 초상집이 되었다. 우리 애들은 그 새를 하필 소나무 밑에 묻고 막대기로 십자가를 만들어 표식하고 아침저녁으로 조문했다. 솔직히 나는 죽은 새보다 슬픔에 겨워하는 자식들 땜에 마음이 더 아팠다.
이 추위에 광장으로 나가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샛바람에 떨지 마라”를 목 놓아 외치는 민주시민의 한 사람이 될 것인가, 따뜻한 방에서 유튜브나 TV 채널을 돌려보는 방관자가 될 것인가를 고민할 필요는 없다. 몇 년 전 조용필 콘서트에서 받아 온 응원봉이 어디 있을지 찾아봐야겠다. <본문 중에서>
집을 지어 이사를 하자 이사람저사람 선물을 가져왔다. 지금 이 어린 소나무는 팜파스그래스와 함께 동문들이 가져왔다. 조선솔은 아닌 것 같다. 거실에서 바라보는 팜파스그래스가 크고 예뻐서 그 뒤의 어린 소나무는 존재감이 별로 없다. 원래는 두 그루였는데 반대편의 것은 일 년을 넘기지 못하고 죽었다.
양쪽 소나무가 살아있을 때 우리 집에서 독서모임을 한 적이 있다. 나도 어디 나가면 쎈 편에 속하는데 그 모임에 나오는 분들은 나보다 더 쎈 언니들이다. 한 언니가 우리 집이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에 나오는 집 같다고 했다. 다른 언니는 그렇지 않다고 생뚱맞은 얼굴로 말했다. 모임이 끝나고 마당에 나가 다시 한 번 두 언니의 신경전은 이어졌다.
가끔 나는 우리 집이 “세한도”와 닮았다는 그 언니를 생각하며 웃음 지을 때가 있다. 마음이 설레는 것이었다. ㄱ자 집에 장차 커나갈 소나무를 상상하며 그런 말을 했을까? 왠지 한 그루 남은 저 소나무라도 잘 키워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 추위에 광장으로 나가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샛바람에 떨지 마라”를 목 놓아 외치는 민주시민의 한 사람이 될 것인가, 따뜻한 방에서 유튜브나 TV 채널을 돌려보는 방관자가 될 것인가를 고민할 필요는 없다. 몇 년 전 조용필 콘서트에서 받아 온 응원봉이 어디 있을지 찾아봐야겠다. / 이현옥
글쓴이 / 이현옥 전 우석대학교 도서관 사서
출처: jb포스트 http://www.jbpos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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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05 14:00:36 에 등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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