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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 말리기 - 이병초 / 한겨례신문
작성자 : 김경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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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왜냐면]  한겨레2025. 10. 20. 17:56


강원 철원군농민회 회원들이 지난해 8월30일 쌀값 보장 등을 요구하며 수확을 앞둔 논을 갈아엎고 있다. 류우종 선임기자



씨 말리기

                                                        
             이병초 | 시인·전북작가회의 회원



형은 호미로 풀을 족친다

조금만 틈을 주면 이것들이

떼거지로 콩밭 내란을 일으킨다고

풀을 콕콕 찍어낸다 라디오에서

“내란수괴 윤석열 재구속” 뉴스를 전하자 형은

풀 찍어내던 호미질을 멈추고

땅이야 죽든 말든 독한 농약으로

밭두렁째 지져버려야

종자값이라도 건질 거라고 혀를 차더니

끝을 봐야 헌당게 이 콩밭을 통째로 해처먹으려는 내란범 뒤에는 개 사타구니에 벼룩 끓듯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악령에 잇속의 끈을 댄 친일파 놈덜이 뱀처럼 똬리 틀고 있당게 내란범이 섞인 저 뱀들을 꼬랑지까장 쳐죽이지 않는 한 역사의 응징도 천벌도 없는 것이당게! 이를 악물고 다시 풀을 뿌리째 캐낸다

형이 그러거나 말거나

뼘 가웃도 못 자란 콩들을 덮치며

죽자사자 돋아나는 풀들

풀 말고도 씨를 말려버려야 할 것들이

이 세상에는 꼭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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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인터넷 한겨레  https://www.hani.co.kr/arti/opinion/because/1224400.html



[2025-10-24 10:11:24 에 등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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