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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초 신작시 -『문학의 오늘』, 2022년 가을호
작성자 : 김경운 



뒤 터진 기억들이

                이병초


누렁이 옻칠 낸 물에
아픈 발목을 담갔던 삼촌은
나무상여를 탔다

삼촌은 고춧잎만 한 새끼붕어를 좋아했다
묵은지 한바탕 지져낸 솥에
배도 안 딴 히뜩히뜩한 것들을
양푼째 쏟고 또 지졌다
쓸개가 붙어 있어서 입에 쓰디쓸 새끼붕어들이
다갈다갈 끓는 동안, 삼촌은
칡넝쿨을 쪼개 산태미 발을 펴주고
거미줄 떼어냈다
괭이자루에 쐐기를 박았다
山짐승 생간을 소금 찍지 말자고도 다짐했다

솥뚜껑 떨어지는 소리가 나서
부리나케 가보니
배도 안 딴 히뜩히뜩한 새끼붕어들이
주방 바닥에 허옇게 깔렸다
솥이 뜨거워지자 뒤 터진 기억들이
한꺼번에 튀어나온 모양이다

                                 -『문학의 오늘』, 2022년 가을호



이병초 약력
  전주 출생, 1998년 문예지 《시안》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밤비』 『살구꽃 피고』 『까치독사』 등이 있고 시비평집 『우연히 마주친 한 편의 시』가 있다. 현재 웅지세무대 교수.




[2022-09-03 22:04:05 에 등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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