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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은? 날리면?
작성자 : 鄭洋  (홈페이지)


바이든은? 날리면?

     임 종 명
    (네이버 블로거 '숲속의종', 전 한국일보 기자)

‘날리면’이 난리다.

대통령발 대국민 청력 테스트에 나도 참여해 봤다. 그 발언이 있은 다음날인 23일과 오늘(29일) 모두 십여 차례 들은 것 같다. 그런데 아무리 들어도 내 귀에는 ‘바이든은’으로 들리지 않는다. 다만 그 부분이 ‘날리면’은 절대 아니었다.

이 기사를 처음 보도한 MBC 디지털뉴스를 검색해 봤다. 기사에는 동영상과 함께
“(미국)국회에서 이 ✕✕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
라는 워딩이 지금도 실려 있다. 괄호 안의 ‘미국’은 윤 대통령이 실제 발언한 게 아닌데 언론사가 정황 설명 차원에서 넣었을 것이다.

보통 남의 나라 의회를 국회라 부르지 않는다. 그냥 의회 또는 양원이 있는 미국이나 영국인 경우 상원, 하원 그렇게 많이 부른다. 윤 대통령이 ‘국회’라고 말한 걸 보면 대통령실의 해명이 맞는 것 같긴 하다.
그런데 김은혜 홍보수석의 '날리면’이라는 궁색한 해명이 해프닝에 그칠 것을 일약 사건으로 휘발하게 했다. 나처럼 많은 국민이 청력 테스트에 동참했으며, 듣고 나서는 고개를 갸우뚱했을 것이다.

대통령의 그 발언이 나온 배경을 박진 외교부 장관의 해명 인터뷰 기사를 통해 다시 살펴본다.

〈박 장관은 발언 배경에 대해 "독일이나 프랑스, 캐나다, 일본 같은 나라들이 (세계 질병 퇴치를 위한 기금에) 우리보다 9~10배 이상 기여하고 있는데 우리는 1억 달러 공여를 발표했다"며 "우리 국회에서 제대로 예산 통과가 안 되면 부끄러워서 어떻게 하느냐는 취지였다"고 거듭 밝혔습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바이든’ 얘기 안 했다고 하지만, 나 같으면 이렇게 해명했을 것 같다. ‘바이든은’이 아니라 ‘바이든에’라고. 그렇게 주격조사를 처소격조사로 바꾸면 훨씬 설득력이 있었을 듯싶다. 바이든이 미국민들에게 쪽팔리는 게 아니라, 윤석열이 바이든에게  쪽팔린다는 것.
“(다른 나라들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적은 액수 기껏 1억 달러를 내겠다고 했는데, 그나마) 이 ✕✕들(야당 의원들)이 승인 안 해주면 나는 바이든에 쪽팔려서(체면이 구겨져서) 어떡하나?"

한 가지 덧붙일 말이 있다. 평소 윤 대통령의 저급한 언어 사용 습관이다.
이번 윤 대통령의 발언 중 MBC는 “이 ✕✕”에 집중해 비속어 논란을 제기했는데, 국어사전을 보면 ‘쪽팔리다’도 엄연한 비속어다. 말 한마디에 두 개의 비속어를 사용한 것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그런 싸구려 발언으로 전체 국민을 망신시키고, 나아가 온 국민이 여태껏 어렵사리 쌓아올린 국격을 한순간에 무너뜨려서는 안 될 것이다.

‘설화(舌禍)’가 전설이 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_2022. 9. 29

[2022-09-30 09:49:34 에 등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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