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별 하나
--지푸라기로 간 꺼내 먹듯
정 양
‘지푸라기로 간 꺼내 먹는다’는 말이 있다. 별로 힘도 안 들이고 남의 소중한 것을 탐내는 일을 비아냥거리는 속담이다. 토끼의 간을 탐내던 용왕님도 그러지는 않았다. 하물며 뱃속에 든 간도 아니고 마음 속 그리운 별을 헤아리는 일이 어디 이런 토막글쯤으로 가능한 일이겠는가.
‘그리운 별’, 그것은 슬픔과 기쁨, 고통과 자랑과 절망과 쓰라림의 또 다른 이름일 것이다. 함부로 말 못할 기쁨과 자랑, 누구에게도 말 못할 슬픔과 절망과 고통과 쓰라림들을 말 대신 눈물로 버무려 오래오래 가슴에 묻어두면 그것이 별이 되는 법이다. 그렇게 눈물로 버무려 가슴에 담긴 별이 우리네 그리움의 총화總和다.
서정주의 <동천>이라는 시를 보면 ‘고향 떠날 때 가슴에 끄리고 왔던 눈썹’ 하나를 가슴 속에 묻어두는 것도 불안하여 마침내 하늘에다 옮기어 초생달로 새겨두었노라고 하거니와, 그렇게 일부러 하늘에다 옮기지 않더라도 말 대신 눈물로 버무려 가슴에 묻어둔 것들은 오랜 발효과정을 거쳐 그리움이 충전充電된 별로 반짝이게 되는 것이다.
나는 소년시절부터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이라는 시를 좋아해서 지금도 가끔 그 시를 혼자서 흥얼거리곤 하는데, 그 구절들 중 몇 군데는 여러 차례 반복해서 읊어보는 게 내 버릇이다. 내가 반복하는 구절은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헬 듯합니다” 의 ‘아무 걱정도 없이’ 나 “아직 내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의 ‘아직 내 청춘이', 그리고 마지막 부분의 ‘부끄러운 이름’ 같은 것들인데, 그런 구절들을 반복하다보면 흥얼거리던 내 목소리가 나도 모르게 격하게 흔들리곤 한다. 그리고 별 하나에 하나씩 사람 이름을 불러보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지푸라기로 간 꺼내 먹듯’ 내 가슴에 묻어둔 이름 하나도 숨죽여 슬쩍 곁들여보고 싶어진다. 그러다보면 별빛이 왜 가끔씩 글썽거려 보이는 건지, 그 속내가 얼핏 짚이기도 한다.
( 월간 <작은 숲> 4월호에서) |
[2007-04-12 11:48:07 에 등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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