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병탁 시집 『칠산주막』(모아드림)
금강1
어떤 이사
호병탁
강물이 하얗게 물살치는 봄날
방앗간에서 기계 만지던 김씨가
이불보따리 솥단지 얹은 리어카 끌고
길 떠나고 있다
아내와 어린 아들은 세간처럼
붙어가고 있다
녹슨 함석문에 대못 치고
아이가 깨금발뛰며 놀던
정미소 앞 공터를
그렇게 세 식구가
말없이 가고 있다
강물이 반짝이며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
둑길에 햇볕 가득한 봄날 오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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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에 실린 호병탁의 많은 시편들은 고향마을에 관계되어 있고, 그 고향마을에서 세상풍파에 시달리다가 소외되고 사라져가는 것들의 남은 온기를 끈질기게 환기하고자 한다. 그의 시들은 자본주의나 제국주의의 심장에 꽂히는 화살 같은 것은 아닐지라도 그 자본주의나 제국주의의 횡포에 시달리다가 마침내 소외되고 천해지고 사라져가는 것들을 따뜻하게 그리고 눈물겹게 감싸고자 한다 (정 양) |
[2007-04-18 12:10:36 에 등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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