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洋의 홈



목판화
작성자 : 이병초 


목판화

이병초



번갯불이 번쩍번쩍
밤하늘을 빠개먹을 때마다
마루 밑에서 새끼들 등을 혀로
핥아주던 누렁이가 보였습니다

사정없이 내리꽂히는
장대비를 뚫고  
몇 발짝 떼기도 전에
우르릉 쾅쾅 천둥이 울고
번갯불이 번쩍 우산 살대를
핥아먹을 때마다
간신히 열리는 창문 타고
교실 안으로 들어가는
내가 보였습니다  

가시내는 턱을 덜덜덜 떨었습니다
빗물 뒤집어쓴 옷을 짜서 의자에 널고
동이 트려면 아직도 멀었다는 말을
홑이불처럼 덮고  
한몸처럼 딱 붙어 있다는 게
더없이 좋았습니다
새하얀 윗니 아래 깊숙이 물려있던
아랫입술이 보고 싶어서
번갯불은 번쩍번쩍 밤하늘을 빠개먹고
오들오들 떠는 등을 나는
손바닥으로 쓸었습니다
가시내도 내 등을 쓸었습니다

그날 밤에 내가 누렁이였는지
누렁이 새끼였는지
그때도 앞이 캄캄했는지
번갯불은 번쩍!
우산 살대를 또 핥아먹습니다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9년 4월호.


[2019-04-02 11:18:57 에 등록된 글입니다.]


김경운
수위가 좀 높은 거 아닙니까? 2019-04-02
12:07:14

 



Copyright 1999-2020 Zeroboard / skin 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