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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 民畵 14 비얌괴기
작성자 : 鄭洋  (홈페이지)


민화 民畵  14


비얌괴기

쭐몃거리며 맨발로 들어서는 나를
무슨 근심에 겨워선지
물끄러미 바라보던 어머니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걸레를 내던지며
발바다기나 깨까시 닦으라셨다

걸레에 발바닥을 닦으면서 그놈의
베신 종노릇에서 벗어나
맘놓고 맨발로 다녀도 되겠구나싶어
한결 마음이 가벼웠다

내 베신 잃어버린 게
자기 잘못이라도 되는 것처럼
복철이는 더 살갑게 나를 챙겼다

“너 비얌괴기 머거봔냐? 물비얌만 아니먼
  비얌드른 다 먹어도 되능 거시여“

복철이는 물뱀 아닌 다른 뱀들이 잡히면
곧바로 껍질 벗겨 토막을 내고
빈 도시락에 그 토막들을 구웠다

때려잡을 때 껍질 벗길 때 토막낼 때
토막들이 도시락 안에서 꿈틀거릴 때마다
구운 토막을 복철이가 손가락으로 집어
내 입에 넣어줄 때마다 진저리를 쳤지만
나는 진저리치는 나를 어렵사리 감췄다

받아먹는 토막들은 뜻밖에 씹을 만했다
닭고기 냄새가 났고 닭고기보다
훨씬 부드럽고 찰지고 고소했다

“너 깨구락지 괴기도 조께 머거불래?”

복철이는 또 가끔씩 나에게
개구리 뒷다리구이를 먹였다
개구리 뒷다리구이 또한
닭고기 냄새가 났고 닭고기보다
부드럽고 찰지고 고소했다

우리가 그 구이들을 다투어 먹는 동안
아이들의 놀림깜이던 내 서울말투도
부드럽고 찰지고  구수하게
나도 모르게 바뀌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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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21 15:38:14 에 등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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