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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 民畵 19 바람쟁이 1
작성자 : 鄭洋  (홈페이지)


민화 民畵 19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육백년 묵은 은행나무 아래
일백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들판 끝 야산자락 마재 마을에는
이런저런 쟁이들이 살고 있었다

통쟁이 땜쟁이 사진쟁이 갓쟁이
점쟁이 대목쟁이 허풍쟁이 야꼽쟁이
아편쟁이 소리쟁이 방귀쟁이에
바람쟁이도 끼어 한 몫 거들었다

바람쟁이 바람둥이 오입쟁이는
같은 말인지 서로 조금씩 다른 건지
손가락질도 때로는 부러움도 받으면서
은밀한 얘깃감을 뿌리던 성민이를
묻지도 따지지도 가리지도 않고
마을에서는 그냥 바람쟁이라 불렀다

뽕밭이든 호밀밭이든 억새밭이든
상대가 굳이 마다하지 않고
일 치를 만하다 싶으면 상대가
곱거나 말거나 일부터 저지르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마주쳐도
모르는 체해버린다는 성민이
상대가 찝적거려도 입 딱 다물고  
다시 안 만나면 소문도 안 난다던가

마을에는 그런 일회용 바람쟁이와
언제 어디서든 눈길 마주치기를  
은근히 기다리는 아낙들도 있었다고 한다



[2021-12-10 16:46:35 에 등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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