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제주 손세실리아시인의 책방 <시인의 집>
소식입니다ㆍ카친님들과 공유하고픈
책소식이네요ㆍ
ㅡ 마지막이라는 엄살 ㅡ
땜쟁이의 노래
정양
구녁 난 냄비 때워유
솥단지 금간 디 때워유
내오가는 금간 디도
소문 안 나게 감쪽가치 때워드려유
풀무 화덕 어깨에 메고
이 마을 저 고을 드나든다고
괴얀스레 의심허지 마러유
들락날락 들락날락험시나
밀고 땡기고 밀고 땡기는
풀무지레는 이골나씨유 벌거케
화덕 달구는 디도 이골나씨유
바람난 예편네 바람 구녘도
다시는 바람 안 나게
야무지게 때워드려유
엉겁겨레 빵꾸 난 숫처녀도
암시랑토앙케 때워드려유
엿장수한티 헐갑세 넘기지 마러유
냄비 구녁 바람 구녘
줄줄줄 새는 건 다 때워유
가마솥도 금슬도 금간 건 다 때워유
풀무지레 이골나씨유
화덕 달구는 디도 이골나씨유
- 출처: 정양 시집 『암시랑토앙케』 중에서/ 《몰개》
- 프로필: 전북 김제 출생. 1968년 등단.
백석문학상, 구상문학상 등을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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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게 내 마지막 시집이지 싶어
못내 부끄럽습니다.”
정양 선생이 시집 『암시랑토앙케』 ‘시인의 말’을 통해 남긴 몇 줄 소회 중 끝 문장이다. 잘 지내시는지 궁금해하면서도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안부 전화조차 드리지 못한 지 벌써 7년째다. 이전 시집 『헛디디며 헛짚으며』를 읽고, 감사 인사를 핑계로 용기를 내 통화를 했었는데 그 일이 벌써…, 세월 참 매정도 하지.
“마지막 시집”이라 미리부터 엄살(?)을 부린 시집의 원고를 나는 종이책보다 먼저 만나보는 수혜를 누렸었다. 두근거리며 일독한 이후 며칠 지나 받아본 종이책의 감동이라니. 선생님의 표현 “마지막” 운운은 엄살이어야 옳다. 암, 엄살이셔야 하고말고.
토막말
정 양
가을 바닷가에
누가 써놓고 간 말
썰물 진 모래밭에 한 줄로 쓴 말
글자가 모두 대문짝만씩해서
하늘에서 읽기가 더 수월할 것 같다
정순아보고자퍼서죽껏다씨펄
씨펄 근처에 도장 찍힌 발자국이 어지럽다
하늘더러 읽어달라고 이렇게 크게 썼는가
무슨 막말이 이렇게 대책도 없이 아름다운가
손등에 얼음 조각을 녹이며 견디던
시리디 시린 통증이 문득 몸에 감긴다
둘러보아도 아무도 없는 가을
바다
저만치서 무식한 밀물이 번득이며 온다
바다는 춥고 토막말이 몸에 저리다
얼음 조각처럼 사라질 토막말을
저녁놀이 진저리 치며 새겨 읽는다
ㅡ 출처 정양 시집 <살아 있는 것들의 무게> (창비, 1997)
독자들에게 깊이 각인된 시 '토막말' 보다 더구성지고 능청맞고 찰진 입담(詩談)과 여전히 팽팽한 시적 긴장, 치밀한 계산을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우선 '민화'를 앞세워 그간 속에 담아둔 해학을 풀어낸 점은 고도의 전략이라 아니할 수 없겠다.
어릴 적 마을에서 바람으로 떠돌던 이웃들의 속내를 주위 눈치 보지 않고 시로써 풀어낼 수 있는 시인이 몇이나 될까? 체면, 명예, 눈치 따위의 구속으로부터 홀가분한.
나는 이번 시집을 땜쟁이의 노래로 들었다, 들렸다.
갈라지고 깨지고 구멍 뚫리고 동강나고 부서지고 찢어진 것들 때워서 아무렇지도 않게 만들어주려는 지극한 노래 말이다.
어쩌면 이는 작금의 등 돌리고, 대립하고, 상하고, 상처로 너덜너덜해진 우리네 심사가 이 모두를 암시랑토앙케 때워줄 솜씨 좋은 땜쟁이의 등장을 간절히 바라기 때문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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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본 시집을 잠시 접고 있다.
그것이 주는 의의와 가치는 무엇과도 견줄 수 없을 만큼 컸지만, 가게 경영엔 부담으로 작용한 지 오래기 때문이다.
하여, 출판사 직거래도 부수를 대폭 줄였고, 일부 도서는 도매상을 통해 소량씩 주문하기도 한다.
이런 내가 다시 사인본 예약을 진행하려 공지글을 올리고 있으니, 그것도 기명사인본이라니…, 병이지 싶다. 하지만 예전 방식은 아니다. 이젠 그럴 여력도 없고.
그나저나 박남준 시인과 전화로 주거니 받거니 하며 1절만 부르고 끊어, 미처 부르지 못한, 아니 홀로 불렀다는 은희의 ‘고향생각’ 2절, 선생님 육성으로 직접 들을 방법은 없을까?
손바닥만 한 나라에 살면서 물리적 거리는 왜 이다지 먼 것인지, 그리움의 거리는 또 왜 이토록 아득하기만 한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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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양, 신작 시집
1/『암시랑토앙케』
정양, 구상문학상 수상 시집
2/『헛디디며 헛짚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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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중 한 권만 주문도 가능. 제목 필!
저자친필기명사인본 예약
일시: 지금부터 ~ 2월 12일 정오까지
일시: 지금부터 ~ 2월 12일 정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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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방법
페메를 통해 제목, 이름, 주소, 전화번호 남겨주시길.
소개하지 못한 신간 및 보유도서는 링크 클릭 후 참고하시고, 필요한 책은 주문도 받아요.
https://m.facebook.com/story.php?story_fbid=3280901485513400&id=100007807427499&mibextid=Nif5o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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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고창문학축전 단체사진
앞줄오른쪽부터 홍일선 선배님, 정양 선생님, 김준태 선생님.
그리고 뒷줄 가운데 나.
아~~~옛날이여
출처: 카카오스토리 https://story.kakao.com/_DLIvA4/bFFely2j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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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8 12:34:00 에 등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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