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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 중앙일보,2001년 8월 28일, 이시영
작성자 : 관리자 


토막말

   정양

   가을 바닷가에
   누가 써놓고 간 말
   썰물진 모래밭에 한 줄로 쓴 말
   글짜가 모두 대문짝만씩해서
   하늘에서 읽기가 더 수월할 것 같다

   정순아보고자퍼서죽껏다씨펄

   씨펄 근처에 도장 찍힌 발자국이 어지럽다
   하늘더러 읽어달라고 이렇게 크게 썼는가
   무슨 막말이 이렇게 대책도 없이 아름다운가
   손등에 얼음조각을 녹이며 견디던
   시리디시린 통증이 문득 몸에 감긴다


   둘러보아도 아무도 없는 가을바다
   저만치서 무식한 밀물이 번득이며 온다
   바다는 춥고 토막말이 몸에 저리다
   얼음조각처럼 사라질 토막말을
   저녁놀이 진저리치며 새겨 읽는다

시인의 말대로 "무슨 막말이 이렇게 대책도 없이 아름다운가"

  그 무지막지한 슬픔의 말을 토해놓고 멀찍이 물러서서 저녁 밀물이 밀려드는 가을바다를 이윽히 바라보았을 한 사람을 생각해본다.<이시영>


[2006-11-22 22:34:03 에 등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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