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다하다 안되면

不況이 벌써 몇 년째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景氣가 꺼질 듯 꺼질 듯 살아나는 중인지 살아날 듯 살아날 듯 잦아드는 중인지 우리로서는 도시 感을 잡을 수 없으나 지금이 취업이 어려운 不況인 것만은 확실하다.

비록 추운 겨울이 온들 어떠랴, 불황이 더 깊어진들 어떠랴, 우리들의 훈훈한 가슴만으로 얼마든지 그 춥고 따분한 것들을 감당해낼 수 있을 건만 같다.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그러나 가끔씩 섬찟한 말을 듣게 되는 일이 있다. 『하다하다 안되면 ○○이나 하겠다』는 그런 語法이 태연하게 쓰이고 있는 일이다. 하다하다 안되면 중이나 된다는 말이 있다. 그런 사람일수록 정말 중이 되면 안된다. 정말로 그런 사람들이 중이 된다면 불교는 끝난다. 하다하다 안 되면 시집이나 간다는 말이 있다. 그런 여자와 결혼하는 멍충이도 있기야 있겠지만 그런 결혼은 축복받기는 벌써 틀렸다. 하다하다 안되면 농사나 짓는다는 말도 있다. 그런 농사는 지어보았자 평생을 두고 뼈빠지게 고생이나 하고 말 것이다.

하다하다 안되면 <○○>이나 하겠다는 그 최후의 <○○>이 따지고 보면 사회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중요한 것 아닌 것이 없다. 하다하다 안 되면 대학원에 진학이나 하는 것도 요즈음 졸업생들의 풍조라고 한다. 그야말로 한심한 대학원 붐이다. 하기는 日帝때 군수노릇을 하면서 동족의 피를 말리는 일에 앞장서 부귀를 누렸던 자칭 <죄 많은 人生>이 아무 탈없이 죄를 지으며 살다가 갑자기 8.15 해방이 되니까 과거의 人生을 참회하는 마음으로 교육계에 투신하여 시골학교 교사로 부임하게 된다는 어처구니없는 내용의 수필이 실로 버젓이 國定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다.

우리나라 교육계를 그처럼 쓰레기통으로 삼았던 그 <죄 많은 人生>은 최근에는 모 대학 총장까지 지냈었다 한다. 지금 또 무엇이나 하고 있는지 혹시 더 좋은 쓰레기통을 찾아 투신하는 것은 아닌지 겁이 난다. 그렇게 저렇게 해서 쓰레기통이 된 죄 많은 이 땅의 교육계에는 실로 얼마나 많은 쓰레기들이 모여 있었던가? 하다하다 안 되어 교사가 된 그 수많은 人生들이 얼마나 많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가. 얼마나 많은 학생들을 더럽히고 짓밟고 비뚤어지게 만들었던가.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그들 뻔뻔스런 열등감의 제물이 되어 상처를 입고 말았던가.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그들을 인연하여 愚衆이 되고 말았던가. 격무와 낮은 보수에 시달리면서 헌신하고 있는 얼마나 많은 이 땅의 교직자들을 캄캄한 열패감으로 짓밟아 놓았던가.

그들 뻔뻔한 인생들은 지금도 툭하면 교직을 털어 버리고 나섰다가 일이 잘 안되면 다시 피난처 삼아 교직으로 기어 들어오곤 한다. 비단 교직뿐만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한 다른 사업들이면 혹시 몰라도 그런 것이 아닌 한 중이 되든 시집을 가든 그 어느 부문에서도 우리 모두는 그런 뻔뻔스러운 人生이 되어서는 안된다. 안 되면 아무 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 <○○>이라도 하는 것이 최선이 아니라 차라리 그럴 경우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하다하다 안 되면 선생질이나 한다던 그 소름끼치는 말들이 최근에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아마 不況 탓인지도 모른다. 불황이 깊어질수록 이 땅의 교육계는 깊이 得을 보는 것이나 아닌가 싶어서 한편으로는 쓸쓸함을 금할 길이 없다.  (1982년 11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