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신화와 역사

꿈을 꾸지 않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밤마다 꿈을 꾼다. 그리고 그 꿈들 중에는 잊혀지지 않는 것도 있지만 대개 아침마다 그 꿈들을 잊어버린다. 끊임없이 깨지고 부서지고 사라지고 잊어버리고 마침내는 몽땅 잃어버리기까지 하면서도 끊임없이 꾸는 꿈, 우리 意識의 遠心作用이던 그 꿈은 어느새 모든 人生의 求心點이 되어 사람들은 한결같이 꿈을 지니고 살아가고자 한다. 수없이 깨지고 사라지고 잃어버리는 동안에 그것이 얼마나 헛된 것인가를 익히 알면서도 그것이 헛된 것일수록 거기에 대한 아쉬움은 더욱 더 질긴 것이 되어 우리를 사로잡는다. 그것은 마침내 신화가 되고 문화가 되어 인간을 인간이게 하고 역사를 역사이게 한다.

착하고 이쁜 꿈만 꿈이 아니다. 무섭고 음산하고 아슬아슬하고 망칙하고 사나운 그 모든 꿈들, 깡그리 지워버리고 싶은 그 모든 꿈들까지를 모두 받아들여서 우리의 神話는 완성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개꿈이라고 格下시켜서 지워버리고 싶어하는 꿈들까지 그 모든 꿈들은 실로 얼마나 진솔하고 상징적인 인생의 표현이던가?

취중 진담을 한다고 하거니와 꿈처럼 진솔한 것이 없다. 착하고 이쁘고 달콤한 꿈들도 또한 개꿈만은 아니다. 우리가 지워버리고 싶어하는 그 모든 꿈들은 실상 우리의 인생과 현실에 대한 가장 사실적인 표현일 것이다.

고숙종 여인이 고문을 받은 사실이나 판을 치던 大盜 아무개의 大盜라는 명칭이 요사이 애칭이 되어 쓰이고 있는 현실이나, 반달곰이 사살되어 방매되는 것이나 소년을 구해낸 용감한 바둑이의 이야기가 誤報로 밝혀지고 만 것이나 그리고 감출 수 없는 것을 끝끝내 감추려 들다가 난처해진 정치현안이나, 그 누군가의 망칙한 꿈의 표현인 이런 모든 것들은 실상 아무리 망칙한 것이라 할지라도 개꿈처럼 지워버릴 수도 지워질 수도 없는 엄연한 현실이다. 그것들을 格下시켜 마땅한 개꿈이기는커녕 오히려 우리에게 진실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되묻게 하고 보다 착하고 정직하고 아름답고 치열하게 우리의 꿈을 가꾸어야 한다는 사실을 쓰라리게 확인하게 해 준다.

우리가 지워버릴 꿈이란 없다. 그 모든 꿈들을 다 쓰라리게 긍정하면서 우리의 神話를 완성해가야 한다. <1983년 6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