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가처럼

流行歌처럼 떠난 사람, 유행가처럼 거덜난 청춘, 유행가 같은 희망, 유행가 같은 이별이며, 추억이며, 사랑 등등 이 세상에는 아닌게 아니라 流行歌 같은 것들이 많고 또 많다. 그럴 때 쓰이는 유행가라는 말들은 대개 별로 대단찮은, 크게 상처를 주고받을 것도 없고 의례껏 그냥 스쳐 지나가도록 되어 있는, 경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무시해버릴 수 있는 정도의 의미로 쓰이는 게 보통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너나없이 그 유행가를 즐긴다. 유치원이나 국민학교 학생들에게서부터 대학을 거쳐 늙어가는 어른들에게 이르기까지 그 스쳐지나가도록 되어 잇는 流行歌 文化에 속속들이 젖어 산다. 그 유행가 문화권 안에서는 따라서 우리가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되는 것들을 쉽게 잊어버리기도 하고,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들이 얼마든지 무시되기도 한다.

인생의 통증이나 진실이 쉽게 잊혀지고 쉽게 무시되는 그 재미로, 아무리 심각한 슬픔이나 괴로움일지라도 그것들을 오히려 가볍게 즐길 수도 있는 그 재미로 유행가들은 끊임없이 유행된다. 보다 가볍게 보다 부담없이 사람들은 다투어 유행가를 즐긴다. 스님이나 목사님도 웬만한 자리면 유행가 부르기를 서슴지 않는다. 선생님 앞의 학생이나 학생 앞의 선생님도, 심지어 성악 전공 선생님도 별로 이를 악물며 괴로워하는 일 없이 스스럼없이 유행가를 부른다. 그 들 중의  누군가가 놀이판이 벌어진 곳에서 음악시간에 배운 노래를 부르기 위해서는 그야말로 얼굴에 철판을 몇 벌씩 깔아야 한다. 보통 강심장이 아니고는 도저히 그 文化를 감당해낼 도리가 없다.

그 流行歌들 중에는 또 유행가답지 않게 흘러간 옛 노래들이 틈만 나면 잡초처럼 악착같이 재생되기도 하고 유행될 아무 조건도 갖추기 못한 채 어떻게든 유행을 타기 위하여 몸부림치는 억지 유행가도 적지 않다. 억지가 통용되는 문화권에서는 그것 또한 얼마든지 유행가가 되어 군림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대학가에 유행하는 풍조들 중에 그런 유행가 같은 것들은 없는지 대학이 당면한 아픔과 진실을 유행가처럼 가볍게 즐기려는 풍조는 없는지. 새봄과 더불어 이 땅의 대학가에 범람하는 자율화 풍조는 제발 그 유행가 같은 것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1984년 4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