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나무들

4월이 또 가고 있다. 꽃샘바람이 몇 차례씩이나 휩쓰는 동안에 온갖 봄꽃들이 다투어 피었다 지고 이제는 바야흐로 이 강산에 신록들이 우거지려 한다. 南道의 어느 지방에서는 어느새 모내기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거리에 나 다니는 사람들의 옷차림들이 눈에 띄게 가볍다.

가고 오는 계절들이 분명하게는 구별되지 않는 것 같지만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분명하지 않은 것 같은 계절들의 오고 감이다. 꽃샘추위가 아무리 봄이 오는 길목을 가로막고 있었다 하더라도 이미 그 꽃샘추위 이전부터 봄은 오고 있었고, 온갖 꽃들이 다투어 피고 지는 속에서 어느새 신록은 번져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는 것처럼 이 자연의 절대질서를 감히 가로막을 수 있는 것이란 아무 것도 없다. 온갖 풀들이 꽃들이 나뭇잎들이 새 꿈을 가꾸어 가는 이 야단스런 계절 안에서, 그러나 계절 감각이 둔해서일까, 혹은 이미 지나간 추위가 아직도 조심스러워서일까, 그도 아니면 아주아주 게을러서 대기만성이라는 말이나 무작정 믿으려드는 것일까, 아직 잎도 피우지 않고 지난  겨울의 앙상한 모습 그대로인 나무들도 아직은 꽤 많다.

지난 겨울의 유난한 추위를 못 견디어 마침내 죽어버린 것도 같은 그 나무들, 계절의 잔치에 한 몫 끼지 못하고 계절의 그늘 속에서 때로는 우리를 섬짓하게 만들기도 하는 그 나무들, 우리를 안타깝게 하고 답답하게 하고 우울하게 하고 맥풀리게 하다가 드디어는 우리로 하여금 절망적 분노를 금치 못하게 하는 그 나무들.

우리는 그 게으른 가지를 꺾어 그들의 生死를 확인해보고 싶다. 무심한 줄기를 잘라서라도 그들의 겨울잠을 털어내고 싶다. 우직한 뿌리를 뽑아서라도 그 지겹게 거느리고 있는 낡은 꿈들을 깡그리 없애고도 싶다. 지나간 시대의 누추하고 알량한 꿈들에 짓눌리어 아직껏 잎도 꽃도 못 피우는 몰감각한 나무들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