事物과 想像의 거리        - 현대시학 1971년 5월호, 吳世榮
 
대체로 월평란에 오르내리는 시편들은 우수작이라기보다는 문제작인 듯싶다.

 우수작이 보다 강한 보편성과 보수성을 갖는데 비해서 문제작은 특수성과 실험의식을 내포한다. 따라서 문제작은 평가의 입장에서는 작품을 쉽게 아프로치할 수 있으며 보다 많은 <말할 소재>를 갖는다는 이유에서, 그리고 독자의 입장에서는 항상 新奇性(Novelty)을 추구하는 그들의 본능에 영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자주 월평란에 등장하는 것 같다.

  문학사를 변증법적 발전으로 보는 몇몇 문예학자들에 있어서 문제작은 어떤 의미에서 우수작보다 더 많은 문학사적 의의를 가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너무 문제작만을 추구한 나머지 우수작에 대해서는 경시하는 태도를 취하거나 주의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적인 가치를 지닌 것은 우수작이기 때문이다.

 李箱의 시가 한국현대시사에 많은 공헌을 했다 하더라도 역시 예술적인 가치를 지닌 명작은 김소월이나 정지용의 편에 있는 것이다.

 가령 이 달에 발표된 수십편의 시 가운데에서 朴堤千의 <산양좌 기6>이 우수작이라기보다는 문제작인데 비해서 鄭洋의 <葉書>는 한 편의 시로서는 나무랄 데 없는 우수작으로 보여진다.

 여러 문예지를 읽고 비교적 우수하다고 생각되는 작품은 다음과 같다.

朴木月의 <砂礫質 11>, 李東柱의 <散調>, 吳圭原의 <김씨의 마을>, 全基洙의 <봄편지>, 鄭鎭圭의 <문단속>, 鄭洋의 <엽서>, 黃東奎의 <아이오와 시편> 등이다 

 다음은 鄭洋의 <葉書>를 보기로 하자.노을 비끼는 수수밭머리
  들판 너머로
  왜 이리 들개처럼 내닫고만 싶은가
  검은 살냄새 두르고 외로운
  짐승처럼 울고 싶은가
 
  나에게로 오는 휴식처럼 사랑처럼
  서러운 빛깔들처럼
  서러운 묵은 빚 받으러 오는
  노을만 탄다.

 여기서 노을의 이미지는 슬픔이다. 그리고 이 슬픔은 석양의 들판을 내닫는 들개와 울고 있는 짐승과 관련된다. 짐승은 생명의 본능을 형상화한 것이다. 생명의 깊은 목소리, 생명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육성의 목쉰 소리, 이것을 시인은 살냄새를 두른 짐승의 울음소리로 표현한다. 그러나 사실은 비생명적인 것, 이미 물질화 되어버린 인간 그 자체에 대하여 몸부림치는 시인 자신의 모습을 우리는 발견할 수 있다.

 <슬픔>을 <노래>로 시각화시킨 鄭洋의 탓취는 朴在森의 <울음이 타는 가을강>을 연상시킨다. 鄭洋이 비교적 언어적인 기교와 적합한 정서나 관념의 교감 없이 독자들을 감동시키는 이유는 어디 있을까. 그것은 바로 그의 절실한 감정과 그것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소박한 언어의식에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