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이념의 거리        - 민중시 창간호 1984.7. 김진경

  鄭洋,金準泰,尹載喆,崔斗錫,박경원 등의 시는 고정된 신념에 의존하지 않고 개인적 체험의 사회적,역사적 의미를 탐구하고 있다.

  鄭洋의 시에는 자신의 삶에 대한 부끄러움이 두드러진다. 그것은 <아니꼽고 억울하고 무서운 것들이 / 점점 더 치사해지고 망측해지고 / 화끈해지는 동안에 >

<수근거리며 키득거리며> 살아온 데 대한 부끄러움이다. 즉, 늘 소극적인 태도로 살아 온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이다. 그러한 부끄러움은 자신의 소극적인 ㅌㅌ태도가 결국 비인간적이고 정떨어지는 현실을 만들어내는 데 일조를 했으리라는 자각에서 비롯된다. 그는 시 <모교방문>에서 비인간적인 현실을 <낙서 하나 없는 정떨어지는 / 하얀 벽들>로 상징화하는데 자신은 조그만 불안이나 욕구를 그 벽 위에 낙서하는 역할, 즉 소극적으로 불만을 토로하는 역할을 했지만, 낙서가 소근댐의 소극적 성격 때문에 결국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당번)을 수락하게 되고 그 소극적인 인간다움마저 지워버리는 역설을 수행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제 그는 그 소극적 삶을 떨쳐버리는 결단이 필요함을 노래한다.

  " 애비에미 몰라보는

    새벽술 먹고

    한평생 감추던 분노를

    그리움을 비틀어

    저 강물을 이제 건너려 한다"

                             <백수광부가>에서

  이러한 결단에의 요구는 <기쁨과 슬픔과 미움과 사랑으로> <온 몸으로 제때에 분노하고 용서하는> 인간적 삶에 대한 열망에 다름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