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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삶 한가운데서 - 한국문학 1994년 9.10월 합병호, 張敬烈
삶을 떠나지도 않고 언어에 미혹당하지도 않으려는 이중의 긴장상태에서 시다운 시는 비로소 탄생하는 것이다. 표현을 달리하면, 삶과 언어가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시는 비로소 자신의 영광스러운 모습을 드러낸다. 시다운 시가 어려운 이유는 이와 같은 긴장을 견디어낼 수 있는 역량을 누구나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누구나 모두 그와 같은 역량을 갖추고 있다면 시 읽기란 얼마나 싱거운 일이 될까. 보석은 깊숙이 숨어 있기 때문에 보석이 아니겠는가. 우리의 보석찾기는 아마도 일생에 걸친 작업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을 떠나지 않을 수 없으며, 오늘의 우리 시 읽기는 기나긴 여정에 표시하는 하나의 점이 될 것이다.
삶을 시적으로 형상화하고자 할 때 우리는 삶 주변의 일상적 사물들을 소재로 사용하기도 한다. 우리가 보통 무심하게 지나쳐버리는 사물들에 관심을 기울이는 가운데 예기치 않은 삶의 깊이와 넓이를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일상적 사물을 소재로하여 삶의 깊이와 넓이를 드러낸 시 가운데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이 있다면 鄭洋의 <물 끓이기>(실천문학 여름호)와 임동확의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을 말하려 했다>(한국문학 7.8월 합병호)일 것이다.
鄭洋의 <물끓이기>에서 중심이 되는 이미지는 <냄비 속의 맹물>인데, 시인은 어느날 국수를 삶기 위해 물을 끓이다가 이러저러한 상념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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