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시인은 홀연히 도회지 생활을 훌훌 털고 ‘개발될 여지가 거의 없는’ 산골 마을로 살림터를 옮겼다.
홀로 독야청청 가고자 해서가 아니라 더불어 인간답게 살고 싶었던 마을 공동체의 오랜 그리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담배 한 대 피우고서 자리 털고 일어나듯, 오십 몇 년이나 살아온 삶의 관성으로부터 가볍고 깨끗하게 빠져나간 그 선적(禪的)인 동선(動線)이야말로 시인의 참모습이 아닐 수 없다. 남도의 황토빛 슬픔을 농익은 가락과 깁고 넓은 추임새로 품어안는 따뜻하면서도 비애롭고. 넉넉하면서도 견고한 그의 시세계가 여기에 닿아 있다. 정양 선생은 언제나 당신의 시처럼 살고 있고, 또한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