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시는,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밋밋한 감정을 기술하고 있지만 찬찬히 속을 들여다보면 거기에는 금방이라도 불타오를 것 같은 뜨거움이 도사리고 있다. 들길에 널부러진 사소한 풀잎들에게 몸을 기대서라도 그는 타오르고 싶어한다. 잠들고 고여 있는 세상에 불을 지르고 싶은 꿈은 부조리한 현실에 맞서고자 하는 그가 시인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시적 장치다. 나는 그것을 쓸쓸한 광염의 시라고 부르고 싶다. 이 시집의 쓸쓸함이 쓸쓸함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를 자꾸 잡아당기는 힘은 세상 속으로 기어이 들어가고 싶어하는 시인의 열망이다. 쓸쓸함 속에 감추어진 불씨는 시인의 희망이자 우리 모두의 희망이기도 하다.